해외기업, 한국증시 상장 본격화…5곳 입성 앞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17시 28분


코멘트
인도네시아의 코코아 생산·가공업체인 ‘골든체인’은 한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최근 KB투자증권과 상장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초콜릿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지난해 40% 이상으로 급증했다. 늘어나는 코코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확대하려고 상장을 결정한 것이다. 조득환 KB금융투자의 해외ECM팀장은 “이 회사는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증시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골든체인이 상장되면 한국 투자자들도 코코아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해외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외기업 18곳이 국 내 증시 상장을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해외기업의 상장은 2011년 중국의 섬유업체 고섬이 회계부정으로 한국 증시에서 퇴출된 뒤 거의 중단됐던 상황. 올해부터 해외기업의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증시가 ‘고섬 사태’ 트라우마를 딛고 글로벌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 올해 5곳 증시 입성 앞둬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18개의 외국기업이 국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 들어 두 달여 만에 6개 업체가 새로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1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이밖에 증권사와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기 위해 준비 중인 업체도 15개에 이른다. 연초부터 국내 증시를 노크하는 해외기업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2013년 미국의 한상기업 엑세스바이오 이후 2년 넘게 한국 증시에 발을 들인 기업은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다.

국내 증시를 찾는 외국기업의 국적과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해외의 정보기술(IT), 바이오,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상장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8곳 중 중국 업체가 10곳으로 여전히 많지만 미국의 빅데이터업체 ‘PSI’, 바이오업체 ‘카탈리스트바이오’, 영국의 영화·콘텐츠업체 ‘콘텐트 미디어’ 등 선진국 기업도 5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골든체인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1위의 홈쇼핑업체 ‘레젤홈쇼핑’ 등 인도네시아 기업 2곳도 올해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하종원 한국거래소 상장유치부장은 “최근 베트남 기업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 상장을 문의할 정도로 동남아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며 “올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을 방문해 상장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기업이 상장하려면 주관사 계약부터 기업실사, 상장심사 청구, 공모까지 약 1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준비해온 중국의 애니메이션제작업체 ‘항성집단’, 자동차부품업체 ‘로스웰전기’, 미국의 컴퓨터기기업체 ‘조이시스템’ 등 5곳이 연내에 입성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국내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 넓혀줘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들이 다른 신흥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의 유동성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몰려온다”며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계획이 있거나 아시아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됐던 중국 가구업체 ‘패션아트’는 코스닥시장이 싱가포르보다 거래량이 훨씬 많고 활기를 띠는 것을 보고 싱가포르 상장을 폐지하고 지난달 NH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항성집단은 이미 국내 영화제작사와 손잡고 역대 흥행 2위 애니메이션인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속편 제작에 들어갔다. 이기일 신한금융투자 IPO부 팀장은 “이 회사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투자를 늘리기 위해 증시 상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현지 증시 상장을 대기 중인 기업이 너무 많은데다 대만 증시 상장이 막히면서 한국을 대거 찾고 있다.

해외 기업의 상장이 늘면 국내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비싼 해외 직접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좋은 해외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하 부장은 “좋은 해외 기업이 늘면 외국인투자가도 늘어나 국내 증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도 중국 기업 100여 개가 각각 상장돼있다”며 “다만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극복하려면 상장 이후에도 꾸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