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키우되 우주선 소재로 가볍게… 날개단 노트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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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그램14’ 두달안돼 2만대 팔려

LG전자 초경량 노트북 ‘그램14’ 개발팀 이준형 수석, 황윤희 대리, 이희창 책임, 우강호 수석(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각각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초경량 노트북 ‘그램14’ 개발팀 이준형 수석, 황윤희 대리, 이희창 책임, 우강호 수석(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각각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올해 1월 14일 선보인 초경량 노트북 ‘그램14’는 전작인 ‘그램13’(13인치)에 비해 화면 크기가 14인치로 1인치 커졌다. 하지만 무게는 980g으로 같다. ‘가벼움’ 덕분에 시판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2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부품 수나 메모리 용량이 줄어들거나 제외된 기능이 있는 게 아니다. 비결은 소재(素材)의 차이다. LG전자는 그램13의 소재였던 마그네슘에다 리튬과 탄소를 섞은 마그네슘 합금을 썼다. 덮개와 키보드에는 자동차 휠에 주로 쓰이는 카본마그네슘이, 바닥에는 항공우주 소재인 리튬마그네슘이 각각 쓰였다. 이 소재들이 노트북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전자 본사에서 만난 우강호 HE디자인팀 수석을 비롯한 그램 노트북 개발팀은 “여전히 가벼우면서도 더 큰 제품을 만들기까지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크기는 늘리되 더 무겁지 않게 하자’라는 목표를 세운 건 지난해 1월 그램13을 내놓자마자. 일반 사용자와 달리 업무용으로 노트북을 쓰는 직장인들에게 최소 14인치 크기의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애초부터 있었다. 우 수석은 “초경량 노트북 시장은 13인치 제품군에 집중돼 있었지만 실제 노트북 판매는 14인치대가 더 많다”며 “결국 ‘껍데기’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선 리튬마그네슘, 탄소마그네슘과 탄소섬유 등 세 가지 소재가 후보군으로 정해졌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탄소섬유로도 괜찮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각적인 느낌. 황윤희 PC상품기획팀 대리가 “금속 재질이 아니니 내구성이 약해 보여 불안감을 준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는 단단하지만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탄소섬유를 배제하고 마그네슘 합금으로 소재를 선택한 후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적절한 배합을 통해 강도와 무게의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배합은 생산기술원 황지훈 선임과 PC기구팀 이준형 수석이 찾아냈다. 그는 “수십 개의 ‘모크업(mockup·제품 테스트를 위해 만드는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었다 버리기를 반복한 끝에 적절한 비율을 찾았다”며 “소재만 적용한다고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배합”이라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디자인까지 무게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같은 무게인 제품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무게는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곡선을 가미해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는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 수석은 “휴대성과 사용성은 반비례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LG#그램14#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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