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한은행장에 조용병… 조직 추스르기 우선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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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사태 당시 중립 태도 지켜… 내부 신망도 높아 통합에 적임”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선택은 ‘신한사태’의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조용병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58·사진)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4일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서진원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 행장에 조용병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 행장 내정자는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다. 또한 2년 뒤 임기가 끝나는 한 회장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로 부각됐다. 서 행장이 건강을 회복한 뒤 지주 부회장 등으로 복귀할 경우 서 행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조 내정자는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한지주 이사회 멤버들과 상견례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서 행장 와병 중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저금리 기조하에 수익성 강화와 은행 경쟁력 강화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한사태 봉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한사태에 대해서는 한동우 회장님과 서진원 행장이 잘 해왔다고 생각하며 나도 조직 화합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조 내정자는 대전고,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 기획부장, 뉴욕지점장, 리테일부문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3년 1월부터는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다양한 업무를 두루 거친 데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뉴욕지점장을 맡아 자금 조달 등 핵심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경위는 “조 내정자의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 업무 추진력과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신한 내부에서 신망이 높은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당초 신한은행 내에서는 서 행장의 무난한 연임이 점쳐져 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가 변수였다. 1월 2일 입원한 서 행장은 백혈병(혈액암) 진단을 받아 복귀가 어려워졌다. “아픈 사람을 두고 후계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서 행장에 대해 끝까지 믿음을 표시한 한 회장도 새로운 행장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 회장은 결국 설 연휴 기간 장고(長考)를 마치고 ‘조용병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이 같은 결정에는 2010년 ‘신한사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등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전원 물러난 신한사태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금융감독원 추가 징계를 앞두고 있으며,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회장이 신한사태를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내부를 통합할 인물로 조 내정자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에 큰 영향력을 지닌 재일교포 주주들도 신한사태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인물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조 내정자는 신한사태 당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지켜 후보들 중 신한사태와 관련해 가장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한금융은 3월에 별도의 자경위를 열어 공석이 된 BNP파리바자산운용과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요 행장 후보들이었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두 사장은 2013년 5월 사장직에 선임됐으며 올해 8월 임기를 마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한은행#신한사태#조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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