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조 쥔 정몽구 父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벗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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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지분 13%매각 성공
보유지분 29.99%로 대주주 유지… 2년간 추가 매각 않기로 약정
매각대금 1조1576억 사용처 촉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6일 새벽 시간대까지 이뤄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의 거래에서 매각 주간사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13.39%(502만2170주)를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전량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23만500원으로 당초 제시한 할인 금액대의 중간 정도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이로써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는 모두 1조1576억 원의 현금을 거머쥐었으며 이들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9%(정 회장 6.71%, 정 부회장 23.28%)로 낮아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의 최종 경쟁률은 2.1 대 1 수준으로 2조 원 이상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 1차 매각 시도 당시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은 것에 비하면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매각 때보다 가격을 주당 4만 원가량 더 낮추고 대주주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추가로 팔지 않겠다는 ‘록업(Lock Up)’ 조항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린 것이 매각에 성공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번 매각을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명분 아래 경영권 승계와 같은 지배구조 개선에 목적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현대차그룹이 재매각에 나서면서 규제 해소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및 일가(특수관계인)가 대규모 기업집단(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보유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오너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당장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는 14일 이후 공정위가 부당 내부 거래로 현대글로비스를 검찰에 고발해도 정 회장 부자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6일 전날보다 4.34% 하락한 24만2500원에,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5.91% 오른 2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매각 시도 때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락하고 현대모비스는 급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따라서 관심은 정 회장 부자가 손에 쥔 1조1576억 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살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4% 남짓인 만큼 장기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스와프)하는 시나리오에 맞춰 매각 대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
#정몽구#현대자동차#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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