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대행사 동원해 ‘뒷돈 심부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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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사상 최대 리베이트 적발… 더 은밀해진 수법

《 동화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제약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검경이 은밀해지고 있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점점 강력해지는 정부의 단속 의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미칠 파장이 ‘핵폭탄급’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처벌 대상이 어디가 될지를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주요 수법으로 대행업체를 활용했다. 즉,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다.

CSO는 홍보대행사가 기업 및 제품 홍보를 맡아 진행하듯이 제약사들의 병·의원 영업을 대행하는 업체다. 과거 영업력이 약한 일부 제약사를 중심으로 CSO를 활용했으나 2008년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법규가 시행되면서부터는 대형 제약회사까지 CSO를 쓰는 일이 늘었다. 이는 회사 자체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때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동화약품의 경우 자사와 계약한 CSO를 통해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40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다.

한 제약회사 임원은 “일부 업체는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보험료, 차량 주유 비용을 대신 내는 등 적발이 어려운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은 최근 국내 제약회사 10여 곳에 최근 4년간 회사 경비로 구입한 상품권 사용명세를 밝히라고 통보하는 등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심지어 제약업체들이 의사들에게 지급한 동영상 강의료와 자문료까지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동아제약이 의사들에게 동영상 강의료를 지급한 데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동아제약이 의사들에게 동영상 강의를 의뢰하면서 지급한 강의료가 통상 지급되는 비용보다 많아 사실상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며 제공한 불법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5, 6년 새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펼쳐 왔다. 2009년 8월 리베이트 적발 시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는 ‘리베이트-약가 연동제’를 시행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도입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하는 것이다. 제약협회는 7월 기업윤리헌장을 선포하는 등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관행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병원 처방 의약품은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없다 보니 의사나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을 유일한 마케팅 도구로 보는 업체가 적지 않아서다. 복제약(제네릭) 매출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리베이트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10여 개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해 고려대 안산병원 모 교수의 사무실을 10월에 압수수색했다. 조사 과정에서 7월 이후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 첫 리베이트 투아웃제 대상이 나올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이 쏟아지는 내년이면 불법 리베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영업대행사#동화약품#리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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