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기업]초일류 제품, 神話이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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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수출=한국경제 성장동력
세계일류상품들 연평균 수출증가율 13% 넘어
최고의 기술·친환경으로 신성장동력 찾는다

《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를 키우고 이끈 원동력은 ‘제조업’과 ‘수출’이다. 최근 이 두 가지 항목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조업과 수출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버티는 지지목이기도 하다. 국토면적 세계 109위(9만9720km²)의 좁은 땅덩어리의 대한민국이지만 국제 사회와 비교한 경제 지표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상장회사 수 세계 8위(1784개), 주식거래액 9위(1조5180억 달러), 교역규모 8위(1조670억 달러), 수출 7위(5480억 달러·이상 2012년 통계기준)의 경제 지표를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한국을 빛내는 ‘세계 일류’ 제품들

한국 기업의 경쟁력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한국 대표기업들은 휴대전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의 생산 규모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통계 기준으로 한국 제조업은 휴대전화 출하량(1위), 반도체 매출액(2위), 선박 수주량(2위), 자동차생산량(5위) 등의 부문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요 척도 가운데 하나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제품의 위상이다. 정부는 수출 확대와 수출 동력 확보의 명목으로 2001년부터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에 들어가는 품목을 현재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해오고 있다. 또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 5위권 진입 가능한 품목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들 세계일류상품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술 개발부터 해외 마케팅까지 종합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현재 727개 기업의 639개 품목이 세계일류상품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세계일류상품 주관 기관을 한국생산성본부에서 KOTRA로 이전했다.

세계일류상품은 수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일류상품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3.6%다. 전체 수출 증가율 5.4%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수출상품 대비 세계일류상품의 수출액 비중도 2008년 28.5%에서 2012년 41.6%로 증가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2년을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 1억 달러 이상인 세계일류상품은 137개나 됐다. 수출액이 10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은 메모리반도체, 승용차,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등 3개 품목이다. 2012년 세계일류상품의 총 수출액은 2278억 달러로, 1202억 달러인 2008년과 비교하면 1076억 달러나 늘었다.

세계일류상품과 개념은 다르지만 무역협회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선정해오고 있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2012년 현재 64개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대·중소기업, 설비 산업과 첨단 기술이 제조업 동반 견인

한국 제조업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균형을 잡아가며 이끌어 나가고 있다. 최근 세계일류상품 선정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선정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CJ 4D플렉스(4D 체감형 극장 시스템), 삼성디스플레이(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현대중공업(원통형 FPSO) 등의 대기업과 극동일렉콤(선박용 형광등 기구), 네오플램(항균도마), 윈엔윈(양궁), 신화인터텍(다층복합시트) 등 중소·중견기업이 고루 포함돼 있다.

CJ 4D플렉스는 20여 가지의 4차원(4D) 특수효과를 체험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4D 체감형 극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장편 4D영화 전용상영관을 구축했다. 네오플램은 항균도마와 세라믹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세라믹 쿡웨어’는 친환경 세라믹 코팅제를 사용해 중금속을 쓰는 불소 코팅과 차별화한 제품이다.

대기업의 제조업도 산업 분야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설비 중심의 ‘중후장대 산업’과 세계 기술을 이끌어가는 ‘첨단 산업’의 조화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이끌어가는 조선 산업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산업은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산업 분야가 됐다.

세계 최고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

세계 최고를 향한 기업들의 노력과 기술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반도체 분야의 선두격인 삼성전자는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의 소비 전력이 중요해진 데 주목했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저전력 기술을 도입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사업구조를 저전력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한 것이다.

최근 국내 출시를 발표한 삼성전자의 ‘갤력시노트4’는 디지털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덧입힌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노트로 ‘패블릿’이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꾸준히 펜과 휴대전화의 성공적인 결합을 연구해왔다.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 노트 4의 S펜은 기존 제품보다 2배 정교한 필압을 채택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접목시켰다. 또 어떠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더라도 S펜으로 원하는 부분을 선택, 복사,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컴퓨터의 마우스 기능을 입혔다.

국내 섬유산업 분야를 주도하는 효성은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지난해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세우고 상업화에 나섰다.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철의 대체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대두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투자도 ‘잰걸음’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미래 먹을거리를 향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도 부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 시장으로 재편될 것을 대비해 ‘그린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차량이다. SK그룹은 SK케미칼의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일본 데이진과 합작사 ‘이니츠’를 세우고 최근 PPS(Polyphenylen Sulfide)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PPS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고열에 강하고 강도가 높은 고기능성 플라스틱이다. 우수한 내화학성까지 겸비해 자동차, 전자 부품으로 각광받는 소재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산업에 그룹의 미래를 걸었다. 한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한화큐셀, 한화솔라원)-모듈(한화큐셀, 한화솔라원)-발전시스템(한화큐셀, 한화솔라원)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북중미, 호주 등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LG그룹의 차세대 성장 엔진은 ‘에너지 솔루션’사업이다.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계열사의 에너지 관련 제품과 기술을 집결해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에서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효율 태양광 모듈’ ‘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 ‘가스 및 지열 활용 냉난방 시스템’ ‘고효율 전력 변환 장비’ ‘스마트 미터 시스템’ 등이 LG그룹이 추진하는 ‘에너지 솔루션 시스템’의 하나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사업들은 일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고 용기 있게 키워 나가야 한다”며 신사업에 힘을 실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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