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폭탄 이어 관급공사 입찰제한… ‘엎친데 덮친’ 대형 건설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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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담합 13곳 최장 2년 제재

경인운하사업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공공 공사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받았다. 기술력이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상당 기간 국책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가 기반시설 건설 등 대형 공사 수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해외사업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22일 경인운하사업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관급공사 입찰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들과 함께 삼성물산 동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라 동아건설산업 남양건설 금강기업 SK건설 대림산업 등 총 13개사가 향후 4∼24개월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입찰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담합행위가 적발되면 징계 기간에 어떠한 공공공사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국가계약법에 따른 것이다.

각 건설사는 일제히 “법에 따른 제재 조치라고 하지만 과징금 부과에 이어 입찰제한 조치까지 내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번 제재가 확정될 경우 각 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개월간 입찰제한 처분을 받게 된 동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2년간 누적 손실액이 각각 지난해 매출액 대비 73.45%(1조4674억 원)와 26.4%(1조112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건설사들의 매출 손실액도 지난해 매출액의 10∼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4월 경인운하사업 입찰 담합의 책임을 물어 이 13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중 11개사에 총 99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과징금에 이어 입찰제한 징계까지 받게 되자 각 건설사는 “이중 처벌은 지나치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담합 적발 시 다른 처분 없이 고액의 과징금만 부과하고 있다”면서 “이번 제재로 회사가 휘청댈 정도로 큰 타격을 받게 된 업체가 적지 않은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처벌 수위가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발주 시기가 한꺼번에 맞물려 담합을 조장하는 현행 공공 공사 발주 시스템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들어 담합 혐의로 건설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7493억 원에 이른다. 대형 건설사들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4대강 1차 턴키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부산지하철 1호선, 호남고속철도 등 굵직한 국책사업에서 일제히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담합 처벌의 여파는 국내 공사뿐 아니라 해외 현장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발주처는 2월 원자력발전소 입찰에 참여한 국내 건설사 중 4대강 사업으로 담합 판정을 받은 업체들에 “담합 경위와 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6월 동남아시아에서 한 대형 플랜트 공사 입찰에 참가한 A건설 관계자는 “발주처가 담합 판정 소명을 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기에 사정을 알아봤더니 경쟁 상대였던 일본 업체가 부추겼더라”고 말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김현지 기자
#경인운하#과징금#입찰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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