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단순 경영판단 징계 너무해… 끝까지 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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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6일 제재심의위서 확정
전산시스템 교체 해명 수용안돼… 검사기간도 너무 짧아 졸속 우려
리베이트 의혹, 증거 없이 헛발질… 일각 “감독 소홀한 정부, 징계 남발”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특별 검사한 금융당국이 이번 주 KB금융 수뇌부에 대한 징계를 강행할 예정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징계 당사자들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까지 필사적인 소명에 나서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당국의 징계 방침을 두고 ‘졸속징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국의 검사에서 징계에 이르는 기간이 다른 사건과 비교해 상당히 짧은 데다, ‘경영 판단’을 둘러싼 임직원들의 해명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계가 이뤄진 뒤에도 그 수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단순한 경영 판단에 과도한 징계”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 등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계속 밀고 나갈 계획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이들에 대한 징계 논리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검사 과정에서 나온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제재할 예정”이라며 강경론을 고수했다. 금감원은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과 KB금융의 내부통제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를 통해 제재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은 임 회장과 이 행장 양측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KB금융 측은 우선 전산시스템 교체가 금융회사 경영진으로서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영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행장 측이 주장하는 IBM 메인프레임과 사외이사들이 주장하는 유닉스 운영체제에 각기 장단점이 있는 데다, 최근 IBM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바꾸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트렌드였다는 것이다. 특히 KB금융 측은 국민은행이 시스템 교체를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절차도 지킨 만큼 지주사가 자회사인 은행 경영에 무리하게 간섭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KB금융 관계자는 “유닉스는 특정 회사의 제품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이름이어서 유닉스 기반으로 바꾸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다시 유닉스 제품을 생산하는 여러 업체의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특정 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KB금융 수뇌부의 계좌를 뒤졌지만 특정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헛발질’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당국 책임론도 거세

이 행장도 억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금융당국에 자진해서 보고를 했는데 당국이 오히려 “행장이 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며 벌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앞으로 내부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사들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일단은 덮으려 할 것”이라는 촌평이 나온다.

카드사 정보 유출이나 은행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등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거세다. 당국이 자신들에게 쏟아질 책임을 덮기 위해 금융사에 ‘옐로카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당국도 당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징계 사유들을 뜯어보면 당국의 의도가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KB금융 징계에 특정 인사를 몰아내기 위한 ‘당국의 노림수’가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고강도 조사로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이를 계기로 ‘괘씸죄’를 적용해 징계를 남발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26일 징계 조치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금감원#kb#리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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