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든 기술-인력 모아 ‘미래 먹거리’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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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10년뒤 책임질 소재” 강조한 연구단지 가보니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 전자소재 연구단지에 입주한 삼성SDI 배터리연구소에서 연구진이 플렉시블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할 소재를 분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 전자소재 연구단지에 입주한 삼성SDI 배터리연구소에서 연구진이 플렉시블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할 소재를 분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 수원디지털시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모여 있는 4, 5층짜리 저층 연구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삼성SDI,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등 전자소재 계열사 연구개발(R&D) 센터를 모아 만든 ‘삼성 전자소재 연구단지’다.

“삼성의 5년, 10년 뒤를 책임질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명 아래 이전까지는 계열사별로 각각 경기 수원과 용인, 의왕 등에 흩어져 있던 연구 시설을 한곳에 모은 것이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니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컨벤션센터’와 ‘공용존’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이 시설들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연구동들이 서로 연결돼 배열돼 있는 구조였다.

컨벤션센터에서는 계열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와 기술 발표회 등이 열린다. 공용존에는 슈퍼컴퓨터 등 고가의 설비를 한자리에 모아둬 계열사들끼리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자연스레 연구 시너지 효과가 증가할 수 있도록 소속사에 관계없이 R&D 인력 간 스킨십을 최대한 늘리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입주한 계열사들 가운데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곳은 7월 합병을 앞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단지에 가장 먼저 입주해 전기자동차용 전지와 웨어러블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플렉시블 전지 등 차세대 전지 연구를 하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연구소에서 만난 김헌수 소장(전무)은 “7월 1일 모든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 회사가 가진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자유롭게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며 “삼성SDI가 목표로 하는 고출력(빠른 충전), 저비용, 고용량 배터리를 연구하는 데에 제일모직이 확보한 전자소재 기술들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경량, 고강도 합성수지(플라스틱) 기술을 배터리 외장재에 적용하면 현재 양산되는 배터리에 비해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무게를 줄이는 것이 주행거리와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다. 현재 양산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1회 충전에 200km 미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1회 주유 시 약 500km를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이 어렵다.

김 소장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3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만족할 수 있도록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향상시킨 차세대 소재를 1, 2년 안에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 ‘삼성 기어 핏’에 들어간 세계 최대 용량(210mAh)의 커브드 배터리 역시 이 연구소에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음극과 분리막, 양극을 순서대로 겹친 뒤 돌돌 말아 만드는 기존 방식과 달리 커브드 배터리는 음극, 분리막, 양극의 조합을 수차례 반복해 쌓은 뒤 원하는 만큼 구부리는 ‘스태킹(stacking)’ 기술을 활용했다.

삼성SDI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웨어러블용 전지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유자재로 구부러졌다 펴지는 플렉시블 전지다. 여기에도 제일모직이 가진 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적용되는 제일모직의 필름 기술을 응용하면 플렉시블 배터리 양산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 수원디지털시티#미래 먹거리#삼성 전자소재 연구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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