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통신장비업체, 앙숙에서 동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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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에 안방 내줄 수는 없다”… 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 손잡고
‘기가인터넷 스위치’ 공동 개발… 수천억원 수입 대체효과 기대

국내 최초 기가인터넷용 대용량 스위치 장비를 공동 개발한 유비쿼스의 이상근 사장(왼쪽)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국내 최초 기가인터넷용 대용량 스위치 장비를 공동 개발한 유비쿼스의 이상근 사장(왼쪽)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통신장비 생산업체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가 ‘기가(giga) 인터넷’ 구축에 쓰이는 대용량 스위치를 공동 개발했다. 두 회사는 유선 통신장비 분야에서 한국 1, 2위를 다투며 각종 수주전에서 맞붙는 경쟁 관계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 안방 시장을 더이상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두 회사를 뭉치게 했다.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가 함께 개발한 ‘대용량 L3 스위치’는 현재의 유선인터넷보다 100배 빠른 기가인터넷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신 장비. 통신 서비스 공급자와 가입자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설비다.

기가인터넷 시대에는 현재 대부분인 일반 고화질(HD)보다 4배 높은 해상도의 초고화질(UHD) 콘텐츠가 인터넷TV(IPTV)를 통해 서비스된다. 이런 대용량 콘텐츠를 각 가정에 분배하려면 그만큼 큰 용량을 감당하는 스위치 장비가 구축돼야 한다. 시스코, 주니퍼네트웍스 같은 해외 대형 통신장비 생산 기업은 일찌감치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규모가 영세한 한국 업체들은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 초고속 인터넷·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두 업체에 공동 개발을 제안하면서 물꼬를 열었다. LG유플러스는 공동 개발을 제안하며 △시험망과 장비 제공 △납품 물량 보장 △개발비 절반 지원 등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차 UHD 콘텐츠를 IPTV로 차질 없이 서비스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국산 장비를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1년 6개월 만에 가격과 크기는 기존 외산 제품의 절반, 전력소모량은 3분의 1로 줄인 ‘동급 최고’ 사양의 제품이 개발됐다.

현재 대용량 스위치 같은 핵심 통신장비 시장은 대부분 외국 기업에 장악돼 있다. ‘통신 강국’을 표방하는 한국이지만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국산 제품 사용을 장려해야 할 공공기관마저도 국산 장비 채택 비중이 2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외산 선호 현상’은 보편적이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은 “한국 통신장비 산업은 외산에 밀려 사실상 ‘초토화 상태’에 가깝다”며 “유비쿼스와는 일차적으로는 경쟁 관계지만 이번에는 국산 통신장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동업자’로서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에서는 ‘자국 제품 밀어주기’가 많다. 통신장비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주면 전체 통신산업이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서다. 중국 기업 ‘화웨이(華爲)’의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수입을 금지한 것도 표면적인 이유는 보안이지만 속내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근 유비쿼스 사장은 “이번처럼 국내 통신업계가 뭉쳐야 외산에 빼앗긴 안방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이번 장비는 LG유플러스에서만 500억 원 이상, 다른 기업으로 판매가 늘어나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 기가인터넷(Giga Internet) ::

가입자에게 현재보다 100배 빠른 기가 bps(Gbps·Giga bit per second) 이상의 속도를 지원하는 차세대 고속 인터넷. 초고화질(UHD) 동영상과 실감형 서비스 등의 고품질 대용량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 한국은 2017년 본격적인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기가인터넷 스위치#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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