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냉장고는 이제 가라” 주부들 수납의 비밀을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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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더블 매직 스페이스’ 뒷얘기
10가구에 CCTV설치 일주일 관찰… 다양한 계층 노하우 제품에 반영

LG전자 냉장고 ‘더블 매직 스페이스’ 개발에 참여한 유대현 연구원, 이대성 선임연구원, 국은영 과장(왼쪽부터). 개발팀은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부들을 위한 냉장고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냉장고 ‘더블 매직 스페이스’ 개발에 참여한 유대현 연구원, 이대성 선임연구원, 국은영 과장(왼쪽부터). 개발팀은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부들을 위한 냉장고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LG전자 제공
주부라면 안다. 냉장고 속 정리가 얼마나 힘든지를. 겉으로는 한없이 커 보이는 냉장고도 정리할 때는 늘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이 많은 주부들의 고민이다. 올 초부터 가전업계가 때 아닌 용량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결국 수납공간을 가장 중시하는 주부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LG전자는 기존 홈바 공간의 3배 크기인 ‘매직 스페이스’(냉장고 문에 달린 특별 수납공간)가 양쪽 문에 달려 있는 ‘더블 매직 스페이스’ 냉장고를 지난달 출시했다. 매직 스페이스가 두 개이니 ‘홈바’가 6개 들어가는 정도의 공간이 있는 셈이다.

개발팀은 2012년 말부터 울산과학대 인체공학부와 산학 협력을 하며 소비자 조사를 벌였다. 국은영 냉장고상품기획팀 과장은 “보통 신제품을 내기 전 크게 세 차례 소비자 조사를 하는데 이 제품은 주부들의 수납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2배 이상 더 조사했다”고 했다.

우선 ‘한국 평균 가정’이라 할 수 있는 평범한 10개 가구를 섭외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일주일간 관찰 조사를 했다. LG전자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식사 시간과 식사 외 시간에 주로 꺼내는 식품의 빈도가 달랐다. 식사 시간에는 반찬 잔반(37%), 채소 과일(11%), 소스 양념(9%) 위주로 꺼냈고 식사 외 시간에는 물 음료(35%), 간식(8%), 약 화장품(3%) 순으로 서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개발팀이 매직스페이스를 식사 시간용과 식사 외 시간용으로 나눠 양쪽 문에 달아야겠다는 힌트를 얻은 계기다.

그 다음은 주부들의 수납 노하우를 빌릴 차례. 개발팀은 연령과 신장, 직업별로 각각 다른 주부 50명을 섭외한 뒤 스티로폼으로 만든 가짜 냉장고에 수납용기 80개와 식자재를 평소 하던 대로 정리해 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가 더 많은 데다 대부분의 냉장고 홈바가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오른쪽 문부터 열고 자주 쓰는 음료 순으로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이에 착안해 오른쪽 매직스페이스는 ‘패밀리 존’으로 지정하고 가족 구성원 누구나 자주 열어 꺼내는 음료와 물, 간식, 약을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그 대신 왼쪽 매직스페이스는 ‘쿠킹 존’으로 분류해 오로지 주부들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디자인을 맡은 이대성 선임연구원은 “냉장고 속을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걸 꺼리는 주부들의 심리를 고려해 왼쪽 매직스페이스를 여는 버튼은 손잡이 아래 잘 보이지 않게 숨겼다”고 덧붙였다. 쿠킹 존에는 요리한 뒤 남은 야채를 냉장실에 보관해뒀다가 썩히는 일이 다반사인 맞벌이 신혼부부들을 위한 남은 야채들을 보관할 수 있는 ‘반야채실’도 신설했다.

유대현 연구원은 “실험을 해보니 구체적인 수납방식은 주부의 키가 165cm 이상인지, 40대 이상인지, 집에 자녀가 있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더라”며 “이 때문에 매직 스페이스에 음료수나 잔반을 보관할 수 있는 선반 높이를 고정시키지 않고 위아래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LG전자#냉장고#더블 매직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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