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계획 발표하자… “대형 호재 온다” 집주인들 매물 거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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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이미 반영” 추가 상승 경계론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공급면적 112m²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던 김모 씨(50)는 2일 매각 의사를 철회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연초 한때 실거래가가 11억5000만 원에 근접했다가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호가 기준 11억 원으로 후퇴한 상태다. 김 씨는 “삼성동∼잠실운동장 발전계획이 잠실 재건축에 큰 호재가 될 것 같아 급매물로 내놓기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주택시장 ‘대형 호재’ 술렁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총 72만 m²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거래절벽으로 내몰렸던 인근 부동산 시장은 개발호재를 환영하고 나섰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주 재건축 단지 호가가 2000만∼3000만 원씩 뚝뚝 떨어졌다”며 “어제 강남 개발계획 발표가 나오자 일부 집주인은 호가를 올리며 집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강남 핵심 지역에 대형 오피스가 들어서면 삼성동뿐만 아니라 인근의 청담, 선릉, 잠실 지역으로도 주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계획에 따른 기대가격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것. 지난해 초 9억 원 이하에 거래됐던 삼성동 현대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는 현재 9억8000만∼10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동 삼성래미안 2차 전용면적 105m² 아파트는 지난해 초 10억5000만 원에서 올해는 12억 원대로 치솟은 상태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팀장은 “한전과 가까이에 있어 ‘한전 담벼락’이라고 불리는 곳은 이미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태라 당장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부동산 개발계획은 정치권에서 표를 얻으려고 성급히 내놨다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선거기간이 되면 대형 개발계획이 불쑥 생기곤 하는데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용산 개발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초대형 프로젝트는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투자자들은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 한전 부지 주인 누가 되나

이번 개발계획에 포함된 곳 가운데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한전 부지는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전 부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은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한전 부지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헌릉로에 있는 현대차그룹 본사는 수용인원이 약 5000명에 불과해 수도권에 근무하는 직원 3만 명까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사무실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사옥) 건립을 추진한다는 전제 아래 여러 후보 중 하나로 한전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 부지 매각이 성사되려면 난관이 많다. 한전은 당초 부지를 한전이 주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EV)에 매각해 자체 개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앞으로 서울시는 기부채납 수준과 방식을 한전이 아닌 부지 매입자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한전 부지를 사들이는 매입자의 개발계획에 따라 서울시의 구상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매각 방식을 놓고 현재 정부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문병기·강유현 기자
#삼성동#개발계획#한전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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