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지식을 지혜로 만드는 법, 황진이 시조에서 배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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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과 예술 분야의 강의를 듣는 경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원들에게 각종 인문학 관련 강연은 물론이고 악기나 그림 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인문학과 예술 분야를 공부하고 체험한다고 창의적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샘솟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창조는 인문학과 예술적 ‘지식’만으로는 안 된다.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통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들 뇌에 창조나 창의적 발상이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지식만 공부하면서 인문학을 제대로 배운다고 착각한다. 이제는 지식을 지혜로 만들어주는 방법, 즉 상상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그 해답은 바로 ‘시(詩)’에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한 허리를 베어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구비구비 펴리라”

500년 전 황진이가 쓴 시조다. 이 시조를 보면 황진이는 밤을 떼었다 붙였다 한다. 또 밤을 이불 속에 넣어 보관했다가 꺼내기도 한다. 아무리 겨울밤이 길어도 밤을 베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인은 무 허리를 베듯 밤이라는 시간을 툭 잘라낸다. 자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다시 사랑하는 임이 오는 봄날 밤에다 붙인다.

우리가 아는 원래의 시간 개념에 사물을 잘라내는 개념을 붙여 연결하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게 시(詩)적 상상이다.

겨울밤이 길고 봄밤이 짧다는 것은 지식이다. 이런 지식은 마치 ‘1 더하기 1은 2’처럼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지혜는 고정된 지식을 버리고 비우는 일이다. 즉, 지식을 다른 개념과 연결하고 융합해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지식에서 지혜로 넘어가려면 상상이 필요하다. 상상은 고정된 지식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 공부의 목적은 이렇게 ‘지식→상상→지혜’의 과정을 온전히 거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moonk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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