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니까 답 나오네” 소상공인 협동조합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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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에 600여개 생겨

1년 만에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린 완도매생이협동조합의 오민상 이사장, 김승현 냉동물류부 담당, 하연호 영업부담당, 김준휘 개발기획담당, 배상윤 생산담당, 신동욱 관리담당(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배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완도매생이협동조합 제공
1년 만에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린 완도매생이협동조합의 오민상 이사장, 김승현 냉동물류부 담당, 하연호 영업부담당, 김준휘 개발기획담당, 배상윤 생산담당, 신동욱 관리담당(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배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완도매생이협동조합 제공
지난해 봄, 전남 완도군에 사는 젊은 어민과 상인 6명은 건강식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매생이 관련 사업을 해보기로 뜻을 모았다. 겨울철 음식인 매생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기르고 판매하는 어민들은 영세한 탓에 수익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식회사로 시작하려 했지만 법 절차가 까다롭고 참여자들 사이에 지분에 대한 이견이 있어 협동조합 방식으로 계획을 바꿨다. 협동조합은 서로의 독립성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이익을 내고 나누기도 쉬운 형태였다.

이들은 각자 3000만 원을 출자해 ‘완도매생이협동조합’을 만들고 생산, 가공, 판매 경영 등으로 역할을 나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때마침 소상공인 협동조합 결성을 지원하기 시작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설비구매 자금과 브랜드 개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 소상공인을 위한 최적의 발전모델

지역 토박이인 오민상 완도매생이협동조합 이사장(32)은 “어민들이 힘을 합쳐 매생이를 현대적 시설로 가공해 직접 팔아보니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보다 최소 3배 이상 늘었다”며 “어민들이 뭉치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최근 협동조합 가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영세 농·어업 및 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활용해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600여 개의 소상공인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경기 용인시 지역에서 떡집 6곳이 모인 ‘용인백옥쌀떡협동조합’, 충북 지역의 피부관리실 5곳이 만든 ‘충북피부미용협동조합’,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의 동네빵집 사장 11명이 만든 ‘동네빵네협동조합’ 등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철진 용인백옥쌀떡협동조합 이사장(52)은 “동네 떡집 사장들이 함께 재료를 구입하고 공동 브랜드 및 배달 체계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과 직업 만족도가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 용인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떡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2012년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이익 활동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손질한 ‘협동조합기본법’과 지난해부터 시작된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452개 협동조합을 선정해 이들에 사업 자금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경영 노하우를 지원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

홍진동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지난해 407억 원의 예산으로 500여 개의 협동조합을 지원한 결과 이 조합들의 매출이 평균 6.2%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선진국들은 이미 200년 전부터 시작”

이미 선진국들은 200년 전부터 영세 소상공인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자조와 자립을 근간으로 하는 협동조합에 주목하고 그 수를 늘려왔다. 19세기 말 제빵사 3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독일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바코’, 스위스의 국민소매점 ‘미그로’, 또 이탈리아의 9개 양조장 연합체로 시작해 연 매출액 3조 원의 세계적 와인기업으로 성장한 ‘리유니트 & 치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축구클럽이나 미국의 ‘선키스트’도 조합원들이 상부상조해 만든 협동조합”이라며 “협업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어 지역 사회의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알맞은 사업 형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도 200여 개 신규 협동조합을 선정해 공동 브랜드 개발, 설비 구매, 마케팅 등 분야에 조합당 평균 1억 원을 지원하고 교육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지원을 받으려면 전국 11개 지방 중소기업청과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방문하거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www.kmdc.or.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소상공인#협동조합#매생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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