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새 113개 법안 무더기 졸속 통과… 의원입법 제어 못하면 규제개혁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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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硏-규제학회-본보 공동 세미나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규제학회, 동아일보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FKI 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규제관련 의원입법 개선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규제학회, 동아일보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FKI 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규제관련 의원입법 개선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작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사이에 국회에서 113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중 65개 법안은 가결 당일이나 전날 제안된 것입니다. 이는 국회가 신중한 검토 없이 얼마나 쉽게 법안을 가결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단적인 예입니다.”(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재계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규제학회, 동아일보는 19일 공동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FKI) 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규제관련 의원입법 개선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재계와 학계, 언론계 전문가들은 의원입법이 ‘규제 양산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의원입법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김 실장은 “의원입법 심사 과정이 지나치게 간소한 데다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량 규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는 법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규제 법안 발의 시 규제영향분석서 첨부 의무화 △5년 이내의 존속시한을 정하도록 하는 규제일몰제 도입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의원입법의 경우 여야가 합의해 위원회 대안을 만들고 나면, 토론할 시간도 없이 후다닥 통과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 과정이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최종 대안이 나온 후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열도록 해야 하며 의안 발의 시점에 규제영향평가를 받게 하고, 대체입법이 된 경우에는 반드시 수정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규제법안을 추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의원입법 사례가 제시됐다.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국가의 세입을 감소시키거나 지출을 증가시키는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제약을 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발의 법안이 의원발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교수는 “독일의 연방의회에는 임기 4년 동안 약 1000건의 법안이 제출되는데 한국은 같은 임기 동안 1만 건이 넘는 법안이 제출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전문가 토론이 이뤄졌다. 허승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 내에서 규제심사를 담당하는 규제개혁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을 국회 입법조사처 내에 설치해 규제 비용편익 분석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들도 나름대로 잘한다고 법안을 내는데 싸우다가 몰아서 통과시키다 보니 제대로 검토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원이 규제 법안을 발의할 때 규제사전검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상임위에서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의원입법은 정부입법의 7배에 이르며 특히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하는 법안만 보면 의원입법이 정부입법의 13배”라며 “대통령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철폐를 강조하고 있는데 의원입법에 반영되지 않으면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의원입법#규제개혁#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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