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古典의 우상’을 깨야 세상을 바꾼 책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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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장 도서 목록에 들어 있는 고전을 의심하라. 그 속에는 보수의 독선만이 아니라 진보의 독선도 보인다. ―책의 정신: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강창래·알마·2013년) 》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돌보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비보가 전해진 뒤 정부가 치매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등 치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졌다. 연예인이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나서야 난민의 참상이 알려지고, 연예인 집안의 비보가 전해져야 비로소 치매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는 게 오늘날 실상이다. 일상에 바쁜 대중에게 어쩌면 깨달음은 이렇게 대중매체를 통해 오는지도 모른다.

중세엔 어땠을까. 오랜 미몽에서 깨어나 인식하는 주체로서, 실천하는 주체로서 인간을 발견한 ‘깨달음’의 시기가 있었다. 이른바 계몽시대다.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고 왜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을까.

‘책의 정신’은 대중매체가 없던 그 시절 사람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래서 ‘세상을 바꾼 책’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이 책에서 계몽기의 철학적 포르노그래피를 소개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혁명만세’ 같은 프랑스혁명 관련 책은 “엉덩이를 맞으면 영혼이 황홀경에 빠져 성인들과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성직자의 꼬드김이 실린 소설이 어떻게 구(舊)체제를 뒤흔들었는지 소개한다. 저자인 강창래는 이런 에피소드의 외연을 더욱 확장시켜 고전에 대한 우상숭배를 때려치우자는 비판적 책읽기로 승화시킨다. 계몽기의 포르노그래피는 ‘귀족 또한 (우리와 다름없이) 섹스를 즐긴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깨달음을 얻고자 한 반면 구체제는 같은 이유로 이를 위험하고 불온한 것으로 규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공자나 소크라테스 등 민주주의를 혐오한 영웅주의자들 대신 평화주의자인 페리클레스나 솔론, 묵자를 읽자는 주장을 펼친다. 비판적 책읽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가 느껴질 것이다.

박유안 번역가
#책의 정신#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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