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펀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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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평균 수익률 1.23%…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쳐 사실상 ‘마이너스’

직장인 박모 씨(24·여)는 최근 연말연시를 맞아 보유하고 있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연간 수익률이 1%를 간신히 넘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자신은 손실을 봤다며 오히려 위로해 줬다”며 “몇몇 친구들은 속 편히 저축을 하는 게 낫겠다며 펀드를 모조리 환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상 장기 투자수익률도 부진하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의 대안으로 선택한 펀드 투자 수익률이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333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23%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3%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실을 낸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2.19%,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2.03%였다.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약 3%)보다도 낮은 수익률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만 유럽 주식형 펀드(30.35%), 북미 주식형 펀드(19.31%) 등 선진국 펀드가 선전하면서 예금 금리보다 높은 4.02%의 수익을 냈다.

지수가 딱히 낮지 않았는데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낮았던 이유는 코스피가 상승 또는 하락이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동호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부문 상무는 “주식형 펀드는 시장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운용 전략에 따라 시장을 이기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지난해는 시장의 방향성이 거의 없는 한 해였기 때문에 운용 전략이 소용이 없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2,031.10으로 시작해 2,011.34로 장을 마쳤다. 주가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역시 지난해 평균치가 15.29로 나타나 지수가 발표된 2009년 이후 최저였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純)유출된 자금은 총 4조3836억 원.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각각 4조3960억 원, 1조8366억 원이 빠져나갔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히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자 펀드 자금이 크게 빠져나갔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원금이 회복되자마자 환매했기 때문에 전체 펀드 수익률이 더 낮아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수출 기업이 많은 국내 상장사들의 특성상 환율 리스크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양적완화 축소,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 중국의 경제 정책 등 불확실성이 높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증시도 작년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며 “다만 엔화 약세 등 환율로 인한 리스크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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