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세련된 첫인상·고성능·합리적 가격… 어디 숨어 있었나, 이토록 매력적인 해치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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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코리아 ‘V40 D2’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팔리는 수십 가지 모델 중에서는 ‘흙 속의 진주’ 같은 차가 있다.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도 비교적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차들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달 내놓은 준중형 해치백(뒷모습이 둥글고 뒷좌석과 트렁크 적재공간을 합친 형태) ‘V40 D2’(사진)가 그런 모델이다. 이 차의 판매가는 3290만∼3590만 원. 유럽 내 가격(2만4980∼2만6780유로·약 3560만∼3810만 원)보다도 저렴하다. 수입 관세와 유통 마진까지 고려하면 V40 D2의 국내 판매가는 상당히 싸게 책정된 셈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V40 D2는 기존 2L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V40 D4’의 다운사이징(경량화) 모델이다. 최고출력 115마력의 1.6L급 디젤 터보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자동변속기의 편의성과 수동변속기의 효율성을 조합한 형태)를 달아 L당 17.7km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낸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삼가고 정속 주행을 하면 이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다. 실제 주행 시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정속으로 달릴 때 L당 20km였다.

엔진이 작아졌지만 실제 주행 시 체감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고속 영역으로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조금 더디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지상태에서 일상 주행속도(시속 60∼80km)까지의 가속능력은 손색이 없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190km. 고속주행에 이르는 과정도 순탄한 편이다.

코너링 성능은 앞바퀴 굴림(전륜구동) 방식임에도 제법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노면 상태를 전자장비로 파악해 민첩한 코너링을 돕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을 달았기 때문이다. 전자장비가 개입해 오는 수준은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데 크게 지장이 가지 않는 정도다.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은 유럽차 치고는 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국산차를 주로 몰아 온 운전자들에게도 이질감이 적을 것으로 느껴졌다.

볼보가 중시하는 가치인 안전성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시속 30km 이하 속도로 주행 중 앞차와의 거리가 추돌 직전까지 좁혀지면 차를 자동으로 세워주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달았다.

편의장치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동식 운전석 시트, 정차 시 엔진을 자동으로 꺼 주는 ‘스타트-스톱 시스템’과 블루투스 핸즈프리,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수입차 치고는 낮은 가격대에 다양한 편의·안전장치를 갖췄다. 볼보 고유의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블리스’가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공간은 준중형급 치고는 넉넉한 편이다. 성인 4명이 비좁지 않게 탈 수 있다. 외관을 보면 차체가 꽤 낮아 보이지만 실내는 저중심 설계로 제법 넉넉한 헤드룸(탑승객의 머리가 위치하는 공간)을 갖췄다. 뒷좌석 시트를 접어 적재공간을 크게 넓힐 수도 있다. 해치백의 장점이다.

V40 D2는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 높은 연비와 경제성까지 갖췄다. 차량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모델이다. 최근 수년간 독일차 공세에 밀려 과거에 비해 낮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는 게 볼보의 남은 과제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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