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현명한 협상가는 이성과 감정을 조율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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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쉽게 분노하거나 지나치게 얼어버리면 건설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협상을 준비할 때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꼼꼼히 파악하고 철저히 계산된 대안을 만들어두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절반일 뿐이다. 현실적인 거래나 분쟁 해결에서는 감정이 이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협상에 임할 때 감정적으로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DBR 139호(2013년 10월 15일자)에 전문이 번역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논문에 따르면 MIT 미디어랩의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 연구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교감을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를 지닌 소시오미터(sociometer)를 개발했다. 이 기기에는 마이크가 달려 있지만 대화를 녹음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양측 발언의 크기와 높이, 속도를 기록한다. 적외선 빔을 사용해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는지 또는 다른 곳을 보는지, 대화할 때 동작은 어떤지 등을 추적하기도 한다. 소시오미터를 통해 측정된 결과는 물결무늬를 그리는 다양한 선으로 표현된다. 물결이 가지런하고 균형 잡혀 있다면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기를 활용해 가상 협상을 진행하는 몇 쌍의 대화를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화 내용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합의를 도출해내는 팀을 예측했다. 그중에서도 어떤 팀이 창의성을 발휘해 전체 파이를 키우고 양측 모두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련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긍정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감정이야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직관적으로 알게 하고 협상을 할 때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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