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노미’ 50년… 1960년대 명동영양센터 통닭 첫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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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치킨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식탁은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서민경제의 애환을 고스란히 반영해온 치킨 산업 50년을 되돌아 봤습니다. 》

50년 전만 해도 그냥 하얀 맨몸이었다. 상자에 담긴 닭 한 마리는 이제 다양한 옷을 입는다. 노란색 ‘튀김옷’을 입은 고소한 프라이드치킨부터 빨간색의 매콤한 양념치킨, 진한 갈색의 짭짤한 간장치킨, 파를 액세서리처럼 두른 담백한 ‘파닭’까지. 1만 원 내외의 닭 요리는 반세기 역사가 지나면서 시장 규모 3조1000억 원(2011년 말 기준)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4만 개에 이르는 전국 치킨집 사장님은 오늘도 닭을 튀기며 꿈을 키우고 있다.

○ 백숙에서 파닭까지… 치킨 산업 50년

우리나라에 치킨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60년대 닭 요리 전문점인 ‘명동영양센터’(서울 중구 충무로1가)가 전기구이 통닭을 만들면서부터다. 그전까지 닭 요리는 주로 삶아서 조리한 백숙이나 삼계탕이 대부분이었다.

치킨을 기름에 튀기는 ‘프라이드’ 형태가 나타난 것은 해표 식용유(1971년)가 등장한 1970년대부터다. 1977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에 생긴 ‘림스치킨’은 ‘통닭’(프라이드치킨) 시대를 처음으로 연 브랜드이자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의 효시로 여겨진다.

치킨산업은 1980년대 ‘페리카나’와 ‘처갓집양념통닭’ 등 양념치킨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1982년 프로야구 출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으로 스포츠 붐이 일고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간식으로 치킨을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 페리카나가 개그맨 최양락을, 처갓집양념통닭이 ‘쓰리랑부부’(김미화 김한국) 등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치킨은 한국 사회에서 맥주와 곁들여 먹는 술안주, 가족 단위 사회에서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 음식, 간편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한국인을 위한 간식 등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그만큼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요소와 맞는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1991년)과 BBQ(1995년) 등 1990년대 이후 생겨난 브랜드들은 본격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핑클’ ‘신화’ 등 아이돌 가수들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했고 간장치킨이나 올리브유치킨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 참살이(웰빙) 열풍 등으로 치킨을 멀리하는 분위기가 일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 낸 ‘굽네치킨’(2005년)이나 ‘구이치킨’(2008년), 파를 넣은 ‘파닭’ 등 건강 관련 요소를 넣은 치킨들이 생겨났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할인 치킨’이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롯데마트가 내놓은 한 마리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이나 두 마리를 한 마리 값에 파는 ‘두 마리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 프랜차이즈 산업의 꽃이 됐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나온 가장들이 치킨집을 잇달아 창업한 것은 치킨산업이 양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2002년 말 9000개에서 2011년 말 2만5000개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문을 닫는 점포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 휴업을 하거나 폐업한 점포수도 5만 개나 되고 이 중 41%인 2만 개가 최근 3년 내에 휴업 또는 폐업을 했다.

많은 사람이 치킨 전문점이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은 “1인당 한 해 닭고기 소비량(2011년 말)을 보면 미국은 48kg, 일본이 26kg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2kg밖에 되지 않는다”며 “1인당 소비 측면에서 보면 치킨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치킨 신흥도시로 떠오른 제주

국내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000년 6.9kg에서 2011년 11.4kg으로 늘었다. 이러는 사이 치킨을 소비하는 데도 지역별 특색이 나타나게 됐다. 본보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제너시스BBQ’와 함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1인당 치킨 소비량 및 치킨 매출 △치킨 타입 선호도 △주류 매출 등을 지역별로 통계를 뽑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지난해 1인당 치킨 소비액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로 1년에 1인당 5560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5543원)이나 경기(5472원), 부산(4624원) 등 대도시보다 높은 수치다. 주상집 제너시스BBQ그룹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 원장은 “전통적으로 흑돼지, 말고기 등 타 지역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육류를 섭취하는 문화가 발달했고 이것이 치킨에 대한 관심 및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며 “특히 최근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치킨 소비가 늘어 제주가 새로운 치킨 소비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 등 치킨 타입 선호도도 지역마다 달랐다. 프라이드치킨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곳은 전북, 양념치킨을 더 많이 먹는 곳은 제주, ‘반반 메뉴’를 선호하는 곳은 경남으로 나타났다. 치킨을 주문할 때 맥주를 함께 주문하는 빈도에서는 가족 단위 휴양지가 많은 강원 지역이 1위로 나타났다. 주 원장은 “전국 공통 메뉴를 내놓았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제는 각 지역에 맞는 메뉴를 내놓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황수현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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