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력산업 “엔低 타격 지금부터가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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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협회 “일본의 해외수출 증가세 본격화”

“올해 상반기(1∼6월)만 하더라도 엔화 약세 효과가 우려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의 맹공은 이제부터입니다.”(자동차업계 관계자)

엔화 약세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일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주력산업들은 향후 해외 시장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액은 7월 5조9605억 원, 8월 5조782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2.2%, 14.6% 증가했다.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4월까지만 하더라도 1월 6.3%, 2월 ―2.9%, 3월 1.1%, 4월 3.8%에 그쳤다. 엔화 약세 효과가 무색할 정도의 저조한 실적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일본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 다시 월별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기 시작한 것이다.

7월과 8월 한국의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2.6%, 7.6%를 기록했다.

일본 제품의 수출 단가(달러 기준)가 전년 동월보다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일본 수출단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13%에서 ―6%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감소세에 접어들었던 일본의 월별 수출 물량도 1년 만에 증가세(7월 1.8%, 8월 1.9%)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싼 값에 해외에 제품을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가격경쟁력 효과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환율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수출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수출 기업들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품목은 선박, 석유 및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과 대부분 겹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7월 일본의 품목별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선박 69.3%, 석유제품 20.1%, 플라스틱 5.1%, 반도체 5.0% 등이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내년이 되면 엔화 약세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대량의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3.5%나 늘어난 1조100억 엔(약 11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1조9000억 원, 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 지난해보다 각각 28.0%, 9.0% 감소했다.

그동안 엔화 강세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였던 일본 반도체 업계도 반격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2월 파산 신청 후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된 엘피다는 조만간 100억 엔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미세공정 기술이 상대적으로 높고 제품 경쟁력에서도 우위에 있어 엔화 약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면 일본 업체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반도체 장비, 재료 업체 등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창덕·정지영 기자 drake007@donga.com
#엔화#일본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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