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사라졌지만 박테리아는 생존… 중앙집권적 기업조직을 잘게 쪼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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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3]
급변하는 현실서 살아남고 싶은가?

“멀쩡한 사람도 조직 안에만 들어오면 바보가 된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 둘째 날인 12일 기조 강연에서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가 목소리를 높이자 청중으로 가득한 행사장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관리자를 몽땅 해고하라’는 도발적 메시지로 학계와 업계를 뒤흔들었던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현존하는 기업과 그들의 운영 방식에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하멜 교수는 “일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지만 일단 조직 안에 들어오면 자신이 앉는 의자를 바꾸는 것도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개인의 지적, 정서적 에너지를 가로막는 관료적 조직 운영에 일침을 가했다. 또 이날 행사에는 한국 사정에 정통한 세계 최고 컨설턴트 중 한 명인 도미닉 바턴 매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 총괄회장의 혁신 주문도 이어졌다.

○ 인터넷에서 조직 운영 원리를 배워라

하멜 교수는 유례없는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오늘날 경영 환경에 적응하려면 핵심 원칙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이 지닌 몇 가지 특징을 기업 조직에 적용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은 우선 자유롭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는 모든 매장에 15만 달러를 실험비로 지급한다. 한 매장은 이를 활용해 매장 안에 맥주를 파는 바(bar)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하멜 교수는 “현재 이 아이디어는 60여 개 매장에 확산됐고 가장 수익성 높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보통 조직처럼 한 지점 직원이 본부에 바를 만들자고 했다면 절대 승인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멜 교수는 또 인터넷에서 소집단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기업 조직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화학기업 고어는 한 부서 직원이 200명이 넘으면 조직을 나눈다. 하멜 교수는 “덩치 큰 공룡은 일찍 사라졌지만 박테리아처럼 미세한 물질은 아직도 생존하고 있다”며 중앙 집권적인 형태의 오늘날 기업 조직을 잘게 쪼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에서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아직도 기존 패러다임에 집착하는 리더가 많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물었다. 하멜 교수는 연간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금액 중 10%를 떼어내 직원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의 사례를 소개했다. 직원 누구라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2만5000달러를 즉시 지원받을 수 있다. 하멜 교수는 “전체가 아닌 작은 규모라도 일단 새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죽은 자의 용기를 가져라

도미닉 바턴 회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화 과정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이기 위해 혁신의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광산업도 범람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매킨지의 분석 결과,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은 현명하고 적극적으로 자원을 분배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잘하고 있는 시장에만 머물지 말고 신흥 시장에도 눈을 돌리는 것이 좋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청중들은 그의 성공적인 커리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개인적인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바턴 회장은 “죽은 자의 용기를 가져라. 나는 일을 할 때 이미 죽은 목숨이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다 보면 때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최한나·고승연 기자 han@donga.com
#게리 하멜#도미니크 바튼#동아비지니스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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