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Talk!카톡!] 관중 없는 모터스포츠에 미래는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13일 07시 00분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인가. 모처럼 시동을 걸고 스타트를 한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표류하고 있다.

아시아 르망시리즈, 아우디 R8 LMS컵,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폭스바겐 시로코 R컵, 포뮬러 마스터즈 시리즈, 투어링 카 시리즈 인 아시아.

지난 2주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치러진 국제 경기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표적인 모터스포츠 대회들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슈퍼카 레이스들이 한국에서 열렸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화려한 이름을 앞세운 각각의 대회 자체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을지 몰라도 정작 관중 동원에는 실패했다. 지난 2주간 서킷은 대회 관계자들과 스태프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축제의 주인이 돼야 할 관중석은 10분의 1도 채워지지 못했다. 일종의 ‘그들만의 대회’였다.

왜 그랬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대회 홍보와 마케팅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3,4일 열린 아시아 르망 시리즈의 경우 대회 1주일 전까지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서킷 운영권을 둘러싼 건설사와 운영권자들 간의 이권 다툼 때문이었다. 결국 대회 사흘을 앞두고 극적으로 KRF를 임시 운영사로 선정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관중 동원을 위한 홍보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했다. 그 결과 관계자들과 스태프들만 복작거리는 대회가 됐다. 텅 빈 관중석이 대회를 비웃는 듯 했다.

뒤이어 10,11일 열린 포뮬러 마스터즈 시리즈, 투어링 카 시리즈 인 아시아 등의 국제 대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중 동원과 흥행에 참패했다.

모터스포츠 불모지였던 한국은 전남 영암과 강원 태백 서킷을 비롯해 인제와 용인(재개장) 서킷이 개장하면서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서킷을 4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앞으로도 F1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들이 이곳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처럼 모터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인프라는 갖춰졌다, 하드웨어는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또 각종 국제대회 운영 능력도 검증받았다.

이제 마지막 관건은 흥행이다. 서킷 운영자들과 프로모터들은 지난 2주간의 흥행 참패를 거울삼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중들에게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소개하고, 그들을 서킷으로 이끌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젠 내실을 기해야 할 때다. 관중이 없는 모터스포츠는 미래가 없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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