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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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분기 현물시장 개설 추진

일반인들도 내년 1분기(1∼3월)부터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식처럼 금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KRX)에 금(金) 현물시장이 개설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2일 국회 당정협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국내 금 거래의 60% 이상이 세금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인 만큼 이를 양성화해 세수(稅收)를 늘리겠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금 현물시장이 열리면 중장기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 내년부터 금도 주식처럼 거래

내년 1분기에 개설되는 금 거래소에는 재무 상황이 튼튼한 금 관련 사업자와 금융사 등이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주목되는 건 일반인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거래 방식은 주식과 거의 같다. 1∼10g 단위로 개인이 증권사에 금을 사겠다고 주문하고, 파는 쪽에서 그 가격으로 내놓은 물건이 있으면 매매가 이뤄진다.

금을 파는 사람은 예탁결제원에 금 실물을 보관해야 한다. 사는 사람은 인출을 신청하면 예탁원에서 금을 찾을 수 있지만 1kg 단위로만 실물을 찾을 수 있다. 1kg 이하 소량을 샀을 경우 계좌에만 찍힐 뿐이지 실물을 가질 수는 없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22일 기준 금 1g은 4만7357원. 즉 4735만 원어치 이상 금을 사지 않으면 실물을 구경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투기성 거래를 막기 위해 파는 사람은 예탁원에 거래량만큼 금을 맡겨 놔야만 매도주문이 가능하다. 사는 사람 역시 주문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증권사 등에 증거금으로 넣어둬야 한다.

금 현물거래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사실상의 국내 첫 상품(商品) 거래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거래소가 석유 현물거래를 시작했지만 주유소, 정유업체, 도매업자 등만 참여가 가능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금, 돼지고기 등의 선물(先物)거래 시장은 거래 단위가 크고 관련업계 상인의 호응이 낮아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 금 시장 양성화에는 ‘반신반의’

정부는 금 거래소가 열리면 금 시장 양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식이 복잡한 선물·옵션거래와 달리 현물거래는 말 그대로 단순하게 실물을 사고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향후 금 거래소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 중장기적으로 금 거래의 상당 부분이 거래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금 거래소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현물시장에 나오는 수입 금의 관세율을 0%로 책정했다. 사업자 법인세 공제혜택, 계좌 거래 때 부가가치세 비과세 등도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측은 “시장이 정착될 때까지는 거래수수료와 보관수수료를 면제하고 증권사 중개수수료 역시 최저 수준으로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대책으로 금 거래소가 활성화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 도매업계 관계자는 “금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래행위가 밖으로 드러나는 걸 꺼린다”고 말했다. 금 거래 상당 부분이 밀수를 통해 이뤄지고 부자들의 자산은닉 수단으로 이용되는 만큼 ‘암시장’이 쉽게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금#주식#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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