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보고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기업이 7조원 더 내야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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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전일제 비정규직 선호할수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려면 기업이 약 7조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시간제 일자리의 실상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비례 원칙에 따라 기존 시간제 근로자 182만6000명의 임금을 올리는 동시에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면 기업은 연간 7조20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연금, 보험, 고용안정 측면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고 정규직과 비교해 시간당 70% 이상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뜻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93만 개를 새로 만들어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이를 위한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 수준의 보험 혜택과 임금 등을 제공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바꿀 경우 노동비용이 급증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는 지금의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 임금이 낮은 시간제 일자리에 몰려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정규직 임금을 기준으로 한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은 2006년 62.3%에서 2012년 50.7%로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인데 자칫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간제근로 보호법을 제정해 근로시간 비례 원칙이 법제화된다면 민간기업은 양질의 시간제 근로자보다는 전일제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으로서는 매주 20시간 일하는 양질의 시간제 근로자 2명보다 매주 40시간 일하는 파견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되면 민간 기업의 노동비용이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려면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고숙련 근로자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준협 연구위원은 “육아와 일,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는 여성, 직장인 등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생겨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현대경제#시간제#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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