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이면 만드는 미니발전소…“2400가구에 친환경 전력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 서울 월드컵공원內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지난달 28일 이주열 포스코에너지 팀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상암연료전지발전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발전소는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입구 옆에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지난달 28일 이주열 포스코에너지 팀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상암연료전지발전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발전소는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입구 옆에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보시는 것처럼 설비가 굉장히 간단합니다. 그게 이 발전소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짓는 데에도 4개월 정도밖에 안 걸렸거든요.”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입구.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옆에 있는 상암연료전지발전소를 안내하는 이주열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실 마케팅그룹 팀장은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며 다소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뒤로는 단독주택 하나 정도의 터(약 500m²)에 정수 설비나 보일러처럼 보이는 시설이 서 있었다. 아담해 보이지만 인근 24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2.4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다. 이 정도 규모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발전소 중 서울 한복판, 그것도 녹지공원에 있어도 괜찮은 발전소는 현재 한 종류밖에 없다. 연료전지발전소다.

○ 대기오염물질 배출 ‘제로’

‘대도시 공원에 있어도 좋은 2.4MW급 발전소’라는 설명이 연료전지발전소의 장점을 대부분 설명해준다. 화창한 날씨였던 이날 상암연료전지발전소 굴뚝에서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든 아지랑이가 끝에 피어올랐을 뿐 연기는 나오지 않았다.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산소와 반응시키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이 발전소의 발전 부산물은 물과 이산화탄소 정도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똑같이 LNG를 원료로 사용하더라도 이를 태워서 물을 끓이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면 연소 과정에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연료를 태우거나 물을 끓이는 공정이 없기 때문에 일반 화력발전소처럼 고온 고압의 환경이 생기지도 않으며 그만큼 안전하다. 이 팀장은 “연료전지발전소 내부의 LNG 압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 내부 압력보다도 더 낮다”고 말했다.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도 아니니 소음도 별로 없다. 화력이나 수력, 원자력발전소를 취재할 때는 안전모와 귀마개를 착용했는데 연료전지발전소를 취재할 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소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도시 도로변에서 들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발전소 밖으로 10여 m 나오니 노을공원에서 나는 새소리는 들렸지만 발전소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 친환경-실용 두 토끼 잡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는 공원 안에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박세일 포스코에너지 대리는 “전시용으로 설치하는 거라면 몰라도 실제 수천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는 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2.4MW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면적 6만 m²가 넘는 터가 필요하다. 풍력발전은 대형으로 지을수록 소음이 큰 데다 날개에 새들이 부딪혀 죽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모두 햇빛이 강하거나 바람이 센 자연조건에서나 상업성이 있고, 그런 지역에서도 낮 시간이나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이 가능하다. 이에 비하면 연료전지는 도시가스 배관만 연결돼 있다면 좁은 지역에 빨리 세울 수 있고, 거의 24시간 내내 전기를 생산한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연료전지발전소는 한국처럼 송전선로가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나라에 적합한 발전소”라고 강조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지역 안에 이런 발전소를 세워서 전기를 만든 곳에서 그 전기를 쓰게 하면 보기 흉한 송전탑을 수십 개씩 세워가며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수십조 원’ 미래 시장 열린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연료전지발전소는 세계적으로 ‘대안발전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상업용 발전소가 처음 들어선 뒤에 현재까지 25개 발전소가 지어졌다. 이 중 23개소는 포스코에너지가 세운 것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약 2조 원, 2030년에는 18조∼41조 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곤 포스코에너지 전무는 “현재는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건물용 연료전지시장이 곧 생겨날 것 같다”며 “LNG 가격이 싸고 전력이 부족한 나라들 위주로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수출 대상 지역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00kW(킬로와트)급 연료전지발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료전지발전소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LNG 가격이 오를 때에도 수익이 나도록 발전 효율을 끌어올려야 하며, 5년 정도인 연료전지 수명도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연료전지발전소는 세계적으로 기술개발이 초기단계라 국내 기업과 선진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작다”며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포스코에너지#연료전지발전소#미니발전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