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로 구성된 멘토단 “성실한 실패는 최고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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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 창업동아리에 경험 전수

한 번 실패했던 벤처기업인이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창업가에게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생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벤처 1세대 활용 및 재기 프로그램 추진계획’을 밝혔다. 벤처 1세대란 1990년대 창업했던 벤처기업인들을 일컫는다.

미래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성실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야말로 값지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다음 달 중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벤처 1세대 50∼60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학생들에게 상시 조언을 하게 할 계획이다.

대학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최근 청년층의 창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 30대 청년 CEO의 비중은 2001년 56.1%에서 2011년 18.5%로 급격히 감소했다. 미래부는 이런 현상이 청년 CEO의 창업 노하우가 부족한 까닭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창업 실패자를 인생의 낙오자로 보는 사회 분위기와 실패한 창업자 재기 프로그램이 부족한 탓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벤처기업협회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으로부터 벤처기업을 창업해 5년 이상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벤처 1세대를 추천받아 멘토단으로 위촉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등 성공한 기업인들도 포함되지만 ‘성실한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도 다수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성실한 실패란 벤처를 창업한 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외부 요인으로 더이상 기업을 키우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전향한 경우를 뜻한다.

멘토단에 참여한 전기제품 제조업체 옴니테크의 박혜린 대표는 “실패 경험을 베이스로(기반으로) 멘토링을 한다는 게 마음에 와 닿았다”며 “실패한 기업인은 후배들에게 최소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20년간 사업하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는데, 젊은 창업자들을 보니 자신이 했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는 사례가 많더라는 것이다.

강도현 미래부 방송통신기반과장은 “성실한 실패의 경험과 노하우를 널리 전달하지 못해 유사한 실패가 이어진다고 판단해 실패한 벤처인을 멘토로 포함시켰다”며 “도덕적 해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추천을 받고 동료 기업인의 평판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멘토단으로부터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대상으로는 창업 준비 단계에 있는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가운데 20개 팀과 초기 창업기업 20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멘토#창업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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