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그룹 회장 “자신을 배반하라 창조경제 시작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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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벤처 신화’ 사와다 히데오 H.I.S.그룹 회장 방한

사와다 히데오 일본 H.I.S.그룹 회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거둔 현재의 성공은 수많은 과거의 실패들이
쌓인 결과물”이라며
“도전과 그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와다 히데오 일본 H.I.S.그룹 회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거둔 현재의 성공은 수많은 과거의 실패들이 쌓인 결과물”이라며 “도전과 그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창조경제가 요즘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죠? 저는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가 ‘감동’과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살아있는 ‘창업 신화’ 사와다 히데오 H.I.S.그룹 회장(62)은 창조경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1980년 벤처기업 ‘히데(秀)인터내셔널 투어’를 설립해 일본 최대 여행레저그룹으로 키워낸 그의 삶 자체가 창조경제의 축소판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와다 회장은 그가 이끌고 있는 ‘아시아경영자연합회’의 한국지국에서 개최한 ‘2030 아시아 차세대 경영자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방한했다. 동아일보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를 만나 ‘창조’와 ‘창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나’에 얽매이지 말라

사와다 회장은 “창조경제는 문화, 기술, 예술, 경영 등의 각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새로운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창조경제의 주축이 돼 온 정보화 혁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감동’과 ‘상상’이란 키워드를 전달할 매개체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기 위한 덕목으로 사와다 회장은 ‘자신을 부정할 수 있는 과감성’을 꼽았다.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자동차에 관심이 있으면 자동차만 보이고, 패션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겐 옷가게의 쇼윈도만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사와다 회장은 “자신이 세계를 보던 관점과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며 “젊은 경영자들은 자신을 배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와다 회장이 젊은 경영인들과 예비 창업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모든 일은 ‘도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실패는 오히려 사회가 나서서 칭찬해야죠.”

‘실패 예찬론자’인 그다운 말이다. 그 역시도 금융업에 진출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맛봤지만 도전 자체를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격동기”라며 “지금이야말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실패 예찬’ 속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실패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는 실패에서 경험과 교훈을 찾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와다 회장은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실패 자체가 아닌 실패를 분석하는 과정”이라며 “실패의 경험을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다음 도전에서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주 한국에서 번역본으로 발간된 ‘운을 잡는 기술’은 그가 창업을 앞둔 예비 경영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그는 “책에서도 썼듯 창업이나 경영을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되 때로는 ‘작전상 후퇴’도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일본이 아닌 ‘아시아’를 생각하라

사와다 회장은 2008년 9월 아시아경영자연합회를 만든 뒤 아시아 다른 나라 기업인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 한국지국을 설립하는 등 현재 아시아지역에 총 13개 지국을 두고 있고, 다음 달에는 인도네시아에 14번째 지국을 만들 예정이다.

그가 이처럼 아시아 전체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의 차세대 리더는 아시아’라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사와다 회장은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 후에는 ‘아시아 경제권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를 앞당기려면 한국, 일본, 중국 등 각 나라의 개념을 넘어 하나의 ‘아시아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와다 회장은 최근 심화하고 있는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 정치권이 한국이나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낼수록 일본의 민간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일본인은 한 방향으로 치우치기 쉽고 일단 불이 붙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동조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 애국주의를 과잉으로 자극하는 리더가 나타나면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사와다 회장은 2010년 나가사키(長崎)에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를 인수했다. ‘네덜란드 마을’이란 애칭의 이 놀이공원은 18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예순 가까운 나이에 또다시 도전했고, 경영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기적’을 낳았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다음 도전을 꿈꾼다.

“저는 지금도 나 자신을 ‘벤처인’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고, 세상을 위해 기여할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창조경제#히데오#HIS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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