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바람불자 ‘권력형 영입’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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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출신 6년새 5.2%P 늘어 24%로… 일각 “전문성보다 로비 목적 선임”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기업들이 잇달아 사정기관이나 감독기관 등 권력 기관 출신 인사를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이달 들어 동부화재는 박상용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삼성증권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대신증권은 박찬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각각 새로 선임했다. 대우증권은 21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호주 전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두산의 사외이사이기도 한 그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와 관련한 수사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최근 오너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영입했다.

이 밖에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GS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아시아나항공은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각각 사외이사에 앉혔다. KT는 송도균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호산업, 한진해운, STX조선해양 등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채권단 주요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비중은 24.0%로 2006년보다 5.2%포인트 늘었다. 법조계 인사 비중도 같은 기간 13.3%에서 15.2%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상장회사가 없는 곳을 뺀 51개 기업집단의 250개사 사외이사 808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반해 기업인 비중은 33.1%에서 24.0%로 9.1%포인트 하락했다. 경영 조언자보다는 정부와의 연결고리로서의 사외이사 역할이 강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관료 출신 중에서도 특히 금융, 조세 등 경제 부처 출신이 58.3%에 이른다”며 “사외이사가 전문성보다는 로비를 위해 선임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경제민주화#권력형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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