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33년만에 최대 폭락… 원자재값도 동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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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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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불신에 보스턴테러 겹쳐 이틀새 온스당 200달러 떨어져
올초 1650달러, 지금은 1361달러… 金투자 거물 존 폴슨 10억달러 손실

국제 금 가격이 30여 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금뿐 아니라 은, 구리, 원유 등 다른 원자재의 가격도 당분간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금 가격이 오르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펀드 등 관련 상품의 수익률도 급감하고 있어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하룻밤 새 140달러 급락

15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전 거래일 대비 9.3% 떨어진 온스당 1361달러(약 152만 원)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0년 1월 22일(―17%) 이후 30여 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금값은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초 1650∼169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금 가격은 2월 말 1600달러 선이 무너지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 매일 20∼30달러씩 떨어지던 금값은 12일, 15일 2거래일간 200달러 이상 급락했다. 최고가(1920달러)를 기록했던 2011년 9월과 비교해서는 30%가량 떨어진 수치다.

‘금 충격’으로 다른 원자재 가격도 내림세다. 15일 은 가격은 11.0% 하락해 온스당 23.4달러에 거래됐고 백금(―4.8%), 구리(―5.2%) 등도 동반 하락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5일 배럴당 99.28달러로 약 9개 월 만에 처음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중국이 1분기 경제성장률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7.7%로 발표하면서 세계 증시가 흔들렸다. 살아나는가 싶던 미국의 주택시장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키프로스가 자구책의 하나로 보유 중인 금을 매각한다는 소식도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쳤다”며 “당분간 금값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투자자들은 ‘공포’

금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자 금에 투자한 투자자도 울상이다. 골드바를 사거나 금 펀드 등 관련 상품에 투자한 이들도 손해가 막심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 원 이상 금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1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펀드 평균 수익률(―3%)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3%나 된다.

세계적인 투자 ‘거물’들도 손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계의 큰손 존 폴슨은 금값 폭락으로 이틀간 10억 달러 이상을 손해 봤다.

국내 주식시장의 금 관련 종목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철금속 제련회사인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주가가 4.9% 하락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같은 업종인 풍산 역시 주가가 5.1%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하락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당분간 금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며 “온스당 12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빨라지며 금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경제 수요에 따른 단기 흐름을 보고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금값#원자재값 급락#보스턴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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