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부와 대형마트 사이 중간단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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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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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로컬푸드 직거래’ 도입해 신선식품 가격인하 붐

경남 진주시에서 청양고추 농사를 짓는 정대현 씨(55)는 7년 동안 도매시장에 청양고추를 내다 팔았다. 직접 수확한 고추를 트럭에 싣고 시장까지 가서 파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여기에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한 봉지(150g) 가격도 매일 바뀌었다. 정 씨의 고민이 해소된 것은 3년 전. 대형 할인마트 ‘이마트’로부터 ‘로컬푸드(농산물 직거래)’ 제안을 받고 난 후부터였다. 정 씨는 이마트와 한 봉에 750원으로 6개월 ‘직거래’ 계약을 했다. 인건비와 판매비용 등을 얹어 정 씨의 청양고추 최종 가격은 980원. 1180원에 팔리던 과거에 비해 200원 싼 값이다. 정 씨도 봉지당 평균 405원을 받다가 550원을 받아 145원의 이익을 봤다.

유통업계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로선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 10∼30% 가격이 싸고 신선한 제품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그동안 채소 위주로 해오던 로컬푸드 시스템을 11일부터 병어 먹갈치 갑오징어 등 수산물로 확대하고 20일부터는 경북 안동과 전남 함평의 한우 등 신선식품 전 분야로 확대한다고 9일 밝혔다. 로컬푸드 시스템이 적용되는 점포도 기존의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4개 지역에서 경기 충청 강원 제주 등 8개 지역 104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 농산물을 재배하기 힘든 서울 지역은 제외됐다.

최성재 이마트 식품본부장은 “전남 지역은 양파나 고추, 경북은 상추와 깻잎 등 해당 산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제품이 그 지역 점포의 대표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4년까지 700억 원을 들여 전국 250개 농가에서 120개 지역 농산물을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롯데마트는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 남양주의 약 2975m²(9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2500만 원에 아예 빌렸다. 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시금치와 열무, 얼갈이 등을 10일부터 근처에 있는 구리, 잠실, 송파, 강변점 등 4개 점포에서 20∼30% 싸게 판다.

현대백화점은 로컬푸드 브랜드를 만들었다. 경기 용인, 광주, 남양주, 서울 강동구 등 4곳에서 산지 직송한 시금치와 청상추 청경채 등 신선식품 22개를 ‘채다움’이란 브랜드로 포장해 서울 압구정동 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8일부터 팔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10%도 안 되지만 지하 식품 매장을 찾는 우수 고객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붐에 대해 ‘깐깐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최근 박근혜 정부가 ‘유통 단계 축소’를 강조하고 나서자 유통업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시책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지속성을 갖게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로컬푸드#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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