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흑자 44% 늘었지만… ‘FTA 선점효과’ 3년내 끝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15일 한미FTA 발효 1년…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1주년을 맞지만 FTA로 혜택을 봐야 할 국내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애써 맺은 협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FTA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FTA 선점효과’가 향후 2, 3년 안에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지난해 말까지 9개월간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나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통상전략 마련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70% 못 미치는 FTA 활용률 제고해야”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아직 FT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FTA 활용률은 66.1%.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산지 증명절차’가 까다로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FTA 혜택에서 비켜나 있는 실정이다. 한-유럽연합(EU) FTA, 한-칠레 FTA 등 한국이 맺은 여러 FTA의 원산지 규정이 서로 달라 활용하는 데 애를 먹은 이른바 ‘스파게티 볼(사발) 효과’도 여전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대미 수출기업 350곳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상황을 분명히 보여준다. 응답 기업의 61.2%가 ‘한미 FTA가 수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와 별도로 62.5%는 ‘한미 FTA 활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FTA 활용 지원제도를 이용했다’는 기업은 39%에 불과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홍보 및 지원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진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원산지 증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개발한 범용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FTA 컨설팅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신(新)통상압력에 선제적 대응 필요

상대국이 있는 무역에서 한국의 흑자 규모가 커졌다는 건 교역 대상국의 손해가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좀처럼 줄지 않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미국 내 생산 및 중소기업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5월에 무역대표부(USTR)에 보고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우는 수출확대 전략인 ‘국가수출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한국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의 지렛대가 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소비자단체 퍼블릭시티즌도 최근 “한미 FTA 발효 이후 9개월 동안 미국의 대한 수출액이 2011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었고,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원화가치가 2% 떨어져 관세인하 혜택을 상쇄했다”며 환율 문제까지 언급했다. 미국 측의 쇠고기시장 추가개방 요구, 다자 간 국제서비스협정 추진 등도 한국에 통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5월에 한미 FTA 관련 보고서를 완성하면 곧바로 한국 정부에 강하게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익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합리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지형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숙제다. 미국은 최근 일본이 포함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미-EU FTA 협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EU와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한국의 FTA 선점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核)위협 등과 관련해 국가안보 측면에서 한중일 FTA 협상의 속도를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3국 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에 복잡한 FTA 지형이 그려지는 상황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기에 한국의 형편은 녹록하지 않다”며 “기존에 추진하던 동아시아 FTA를 중심으로 협상을 주도해 나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문병기·박창규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