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美 저가항공 사우스웨스트의 성공 비결은 ‘낮은 기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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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나쁜 놈 되고, 아흔아홉 번 잘못하다가 한 번 잘해주면 좋은 사람 된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곽준식 지음·갈매나무·2012년)

고객 만족의 첫걸음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고객을 향한 정성스러운 마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두 번째이다. 가장 쉽고도 중요한 첫걸음은 고객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만족’은 고객의 ‘얻어진 성과’에서 ‘기대’를 뺀 것이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기대가 지나치면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불만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아흔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나쁜 놈 되고, 아흔아홉 번 잘못하다가 한 번 잘해주면 좋은 사람 된다’라는 말이 이 상황을 잘 말해준다. 100번 중에 99번 잘해준 사람이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꾸준히 잘해주다가 딱 한 번 잘못했는데 나쁜 사람으로 평가받으면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대의 기대 수준을 높인 당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가령 시도 때도 없이 꽃다발을 선물하던 남편이 어느 순간 꽃을 선물하지 않으면 이제 관심이 없어졌다고 서운해할 것이다. 하지만 평생 꽃다발 한번 주지 않던 무뚝뚝한 남편이 어느 날 꽃다발을 선물하면 아내는 ‘아! 이 사람이 표현을 안 했을 뿐이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라며 가슴 뭉클해할 것이다.

이런 게 사람 마음이다. 처음부터 기대 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만족 수준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를 기업 전략에 활용한 대표 사례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다. 최저 운임으로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저비용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를 많은 사람은 저비용 항공사가 아닌 탁월한 고객서비스 회사로 기억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최저가 운임이다 보니 승객들은 사우스웨스트에 고품격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는 정시 안전운항과 즐겁고 유쾌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크지 않은’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이것이 20년간 흑자를 달성하고 고객을 만족시킨 ‘펀(Fun) 경영’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고객만족을 위해 사용하는 ‘행동 경제학’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기존의 인간에 대한 가정이 아니라, 실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통찰을 얻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사우스웨스트#낮은 기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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