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지방부자로… 수입차 영토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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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점유율 10%… ‘전국구 스타일’로 대변신

지난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가 강원 원주시 우산동에 문을 연 원주전시장은 벤츠가 강원 지역에 처음 선보인 전시장이다. 전시장 크기도 차 8대를 동시에 전시할 수 있는 강원 지역 최대 규모다. 벤츠가 이처럼 원주전시장에 공을 들인 데는 앞서 이 지역에 진출한 폴크스바겐(21.9%), BMW(18.5%)에 비해 시장점유율(9%)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원 지역을 잡지 않고서는 수입차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수입차 업계 1위는 독일 BMW다. 2009년만 해도 수입차 매장이 도요타 한곳밖에 없던 원주 지역은 3년 새 수입차 전시장 수가 7곳으로 늘었다.

○ ‘강남스타일’에서 ‘전국구 스타일’로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면서 ‘강남스타일’로 여겨지던 수입차가 신흥 부촌을 찾아 지방으로 상권을 넓히고 있다. 2009년 말 전국에 183곳이던 수입차 전시장 수는 지난해 말 현재 305곳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지방 전시장 수는 2009년 116곳에서 지난해 179곳으로 늘었다.

3년 새 전시장 수가 부쩍 늘어난 곳은 경기 성남시(17개→24개), 경기 고양시(6개→17개) 등 신도시 상권이었다. 충남 천안도 수입차 전시장 수가 1곳에서 6곳으로 늘었고 전북 전주시는 4곳에서 9곳, 대구 수성구 역시 7곳에서 13곳 등으로 지방 주요 거점도시를 위주로 깃발을 꽂는 수입차 전시장이 많았다.

부산은 서울에 이어 수입차 업계 제2의 격전지다. 지난달 벤틀리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전시장을 냈다. 한 대에 수억 원인 슈퍼카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전시장을 낸 것은 벤틀리가 처음이다. 부산 지역 수입차 전시장 수는 26곳으로 수입차 메카인 서울 강남(31곳) 못지않다. 경남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며 지역 거점으로 부상한 창원시는 2009년만 해도 수입차 매장이 단 한 곳도 없다가 3년 새 7곳이 생겼다.

반면 인천 남동구는 2009년 8곳에서 지난해 6곳으로 줄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남동공단 주변의 수입차 구매가 줄어들면서 업계 관심이 새 주거지로 떠오른 인천 연수구 송도동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인천 연수구는 같은 기간 전시장 수가 1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

○ 지방 부자를 찾아 나선 수입차들

수입차 업체들이 지방으로 상권을 확대하게 된 데는 수입차 대중화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히 희석됐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적지 않은 토착 부호들은 재력이 뒷받침돼도 국산 대형 세단을 많이 탔는데 이제는 과감히 수입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도요타와 렉서스는 지난해 지방에 3곳의 전시장을 내며 현대차로부터 넘어오는 이탈 고객 잡기에 나섰다.

전시장은 없지만 수억 원짜리 슈퍼카가 지방 부자들을 찾아다니는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최고급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 팬텀’은 기본 가격만 6억5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럭셔리 승용차다. 이 ‘귀한’ 자동차가 6월 부산과 경남 지역을 조용히 순회했다. 지방 부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었다.

대표적인 ‘강남스타일’로 꼽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포르셰도 지방 상권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국내에 현지법인을 세워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경기 고양시 일산전시장을 확장 이전하는 한편 대구와 대전에도 전시장을 열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
#수입차#지방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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