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침체기에 31조원 일괄분양이라니… 용산 개발방식 안바꾸면 추가지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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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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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코레일 사장, 좌초위기 용산개발사업 관련 처음으로 입 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 31조 원 규모로 부동산을 개발해 ‘일괄 분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계획이 수정되지 않으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기업 사장으로서 (이 사업에) 계속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현실성이 없는 사업을 승인하는 것은 코레일 사장의 권한 밖의 일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의 땅주인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정창영 사장(사진)은 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용산 역세권의 개발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 정 사장이 용산 개발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3000억 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을 승인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이 드림허브에 돌려줘야 할 토지대금과 그에 따른 이자 3073억 원을 담보로 3000억 원을 조달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 사장이 이처럼 담보제공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실제 자금 조달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용산 개발사업이 백지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 사장은 “드림허브가 자신들은 자금을 하나도 내지 않고 사업할 돈을 모두 코레일에 내놓으라고 독촉하고 있다”며 “최초 계획대로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떤 부동산 전문가를 만나 봐도 지금 (드림허브 측이) 계획한 ‘평당 3500만 원 아파트’ ‘30만 평 상가’ 분양이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은 없었다”며 “‘100% 분양에 성공해 1조6000억 원의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건 드림허브 쪽뿐인데 그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개발 방식을 두고 충돌해 왔다. 코레일은 국내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과 철도정비창을 통합해 개발하는 당초 방식 대신 ‘단계적 개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단계적으로 개발하면 사업 일정이 2, 3년 늦어지고 4조 원가량 추가 사업비가 들어간다며 당초 계획대로 서부이촌동과 철도정비창의 동시 개발을 주장해 왔다.

정 사장은 “현재까지 용산 역세권 개발에서 조달한 4조54억 원 중에서 코레일이 마련한 자금이 3조 원이 넘는다”며 “이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코레일을 상대로 ‘장사’하지 말고 (롯데관광개발 측은) 밖에 나가 스스로 장사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6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사장은 그동안 코레일 사장으로 재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안전’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철도사고 건수가 2011년 대비 8.1% 감소했다”며 “문제가 되던 KTX-산천의 운행거리는 20% 이상 늘었지만 고장 건수는 40%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재명·장윤정 기자 jmpark@donga.com
#정창영#일괄 분양#용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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