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조 세계서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 사측과 동행

  • Array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노사 손잡고 관련서적 출간

“USR로 노사 모두 윈윈”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김영기 LG그룹 부사장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함께 쓴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USR로 노사 모두 윈윈”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김영기 LG그룹 부사장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함께 쓴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노동조합 위원장과 노무(勞務) 담당 임원. 통상 기업에서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편치 않은 관계다. 하지만 LG는 좀 다르다.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과 김영기 LG그룹 부사장(전 LG전자 지원부문장)은 힘을 합쳐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룬 영어로 된 책을 펴냈다.

제목은 ‘Union Social Responsibility-Turning a Great Idea into Action in a Labor Society(노조의 사회적 책임-위대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경영계 최대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한 걸음 나아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삼았다. 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LG전자 노조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지난달 나남출판을 통해 빛을 본 이 책의 출발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 노사는 함께 핀란드 헬싱키대를 방문해 강의를 들었다. 노조가 임금 인상 등 투쟁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감명을 받은 노조집행부는 이듬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USR’ 활동을 선포했다. 전 세계 기업 노조 가운데 USR라는 용어를 쓴 것은 LG전자가 처음이었다.

노조는 △노동과 인권 △환경 △소비자 △지역사회 발전 등 분야별로 USR 활동을 시작했다. 협력회사 모범사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산화탄소 저감이나 품질 강화운동도 실천했다. 회사가 아닌 노조가 사회공헌을 한다고 하자 지역사회의 반응도 달랐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멕시코 등 해외법인 노조에도 USR를 전파했다.

배 위원장은 “처음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임금 올리는 데나 신경 쓰라는 반발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때마다 ‘회사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득했고 USR의 성과를 회사와 공유하고 돌려받자는 데 하나둘 동의하면서 변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노조가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USR를 선언하면서 노조원의 업무만족도도 높아지고 조직에 대한 애착도 커졌다”며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되고, 노조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 학계도 LG전자의 USR에 주목했다. 노사관계 분야의 석학인 해리 카츠 미국 코넬대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주제”라며 관심을 보였다.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노조는 그들의 역할을 반드시 재창조해야 한다”며 “USR가 노동자의 자기만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 위원장과 김 부사장은 해외에 적극적으로 LG전자의 USR 활동을 알릴 계획이다. 그래서 책도 영문으로 펴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강성이라는 선입관이 강합니다. USR를 널리 알려 한국 노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배 위원장)

“가치를 창출하는 노조, 생산성을 높이고 그 성과물을 함께 나누는 모범적인 노조의 모습을 해외에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김 부사장)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LG전자#노사#관련서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