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성장/현장에서]‘초심’ 지키는 기업가정신이 착한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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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인류의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가장 효율적인 형태의 조직이다. ‘먹고사는 일’을 해결했고, 더 안전하게 생활하고, 더 빠르게 이동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최고의 솔루션이 기업에서 비롯됐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점에서 모든 기업은 본질적으로 인류에 공헌하는 따뜻한 존재다. 흔히 재벌로 불리는 국내 대기업들도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 값싸고 품질 좋은 국산품을 생산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준 따뜻한 존재들이었다. 나아가 외화까지 벌어들이며 사회의 부(富)를 키웠다. 기업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생활이 가능했을까. 나라 밖에서 받는 존경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기업이 고도화되다 보니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꼭 이런 점을 주목하고, 또 오래 기억하게 마련이다. 기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부를 창출하겠다는 위대한 기업가정신은 어느 순간 소수의 특권의식으로 비친다. 기업의 미덕인 효율성 극대화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탐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기업이 나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

이런 인식을 되돌리는 것은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이벤트성 행사를 하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런 일에 투입된 대기업 임원들은 “사회공헌은 도대체 ROI(투자한 금액 대비 수익률)를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허덕이다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동아일보는 일반인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본령에 충실하며 묵묵히 구성원, 소비자, 나아가 사회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들을 조사해 ‘착한 기업’으로 선정하는 기획기사를 21, 22일 실어 기업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체 195개 기업 중 착한 기업 1위로 뽑힌 유한킴벌리는 29년 동안 나무심기 캠페인을 지속해왔다. 외환위기 때도 멈추지 않았다. 종합 9위에 오른 LG전자는 사내 임직원의 크고 작은 비리를 엄단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 LG전자에 입사한 한 임원은 “다른 기업 같으면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인데, 그것 때문에 임원이 잘리고, 그 사례를 전체 e메일로 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착한 기업의 길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았다. 기업이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기업의 토양이 되는 사회를 지키는 일이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업가정신. 그 초심(初心)을 지키는 것이 착한 기업이 되는 따뜻한 경영의 지름길이 아닐까.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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