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오바마, 해외예치금 과세 추진… 美기업들 ‘稅꼼수’ 막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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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돈 쌓아두고 국내서 돈 빌리기 일쑤

전력설비와 데이터센터 장비 등을 제조하는 미국의 에머슨 일렉트릭은 최근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 납세 등을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가진 돈이 없어서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린 게 아니다. 오히려 유럽과 아시아 등에 20억 달러(약 2조1670억 원)가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주요 기업들이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에머슨 일렉트릭 관계자는 “세금 측면에서 효율적일 때만 해외에 예치해 둔 현금을 들여온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이 회사가 해외에서 현금을 갖고 온 액수는 5억 달러에 그쳤다.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갖고 오면 미국은 현지 과세당국에 낸 세금을 뺀 금액에 35%의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해외에 두면 미 국세청이 별도의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고성능 공구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인 ‘일리노이툴워크스’는 매출의 40%를 미국에서 올리지만 9월 말 현재 보유한 현금(약 21억 달러) 가운데 단 1달러도 미국 내에 두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월풀도 각각 보유한 현금의 87%와 85%를 미국 밖에 두고 있다.

리스크전략컨설팅회사인 마시앤드매클레넌의 브루스 놀럽 국장은 “해외에 돈을 쌓아두고 국내에서는 돈을 빌리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정말 기이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아주 비효율적인 자본구조”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번 돈은 외국에 쌓아두고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관계자는 “해외 현금보유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해 규제 당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예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이에 대해 과세하지 않았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하면서 과세기반을 넓히고 미국 기업의 유턴(미국으로 다시 돌아옴) 유도 및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업들은 더이상 현금을 해외에 쟁여두는 것이 별 실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좌불안석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에머슨 일렉트릭#해외예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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