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만한 곳 안 보여”… 떠도는 단기자금 6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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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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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MMF 잔액 41% 증가… 6개월 미만 정기예금 7.8%↑

자산이 30억 원대인 ‘슈퍼리치’ 김모 씨(62)는 1년 전에 가입한 2억 원짜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다가오자 고민 중이다. 지금 다시 정기예금에 넣어봤자 이자가 연 3%대 초반에 불과해 양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연 2.85%(7일 기준)짜리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예치하기로 했다. 김 씨는 “대선이 끝나고 나면 투자환경이 바뀔 것이다”라며 “그때까지 일단 돈을 쥐고 있다가 수익이 조금이라도 더 나는 상품이 있다면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성모 씨(43)는 이달 말 3000만 원짜리 정기예금 만기가 다가온다. 그는 이 돈을 다시 만기 3개월짜리 예금에 묻어두기로 했다. 이자가 연 2.9%에 그치지만, 펀드보다는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경제침체와 연말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MMF나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7월과 9월에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시중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은 9월 말 현재 656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46조 원)보다 10조 원(1.5%)이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을 가리킨다.

특히 대표적인 초단기 상품인 MMF에 자금이 많이 모였다. 평균 잔액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53조1000억 원에서 10월에는 74조9000억 원으로 41.1% 증가했다.

MMF 급증에는 기관투자가와 자산가들의 투자자금 유입이 한몫을 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로 경제침체에 빠지는 현상)’의 가능성이 지속되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MMF에 쏠린 것이다.

여기에 미국, 중국, 한국 등의 대통령선거와 지도부 교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을 움켜쥐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만기가 짧은 단기 정기예금의 비중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평균 잔액이 1월 74조 원에서 9월 79조8000억 원으로 7.8% 늘었다. 금리가 낮아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다. 같은 기간 수시 입출식 저축예금도 250조 원에서 295조6000억 원으로 18.2%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대규모 공급하고 있지만 늘어난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는 9월 말 현재 82조9587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에 머물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머니마켓펀드#MMF#단기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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