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기업 8%뿐… ‘고용 사다리’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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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분석한 한국사회 3대 현안]청년 일자리
20대 8310명, 2007∼2010년 일자리 변화 추적

20대는 불안하다. 지난해 미국 청년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거리를 점령했다. 영국 청년들은 폭동을 이끌었다. 높은 실업률, 이로 인한 좌절감이 원인이다.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박근혜 후보는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직속으로 청년일자리 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 나누기를 전제로 ‘사회통합적 일자리 창출 정책’을 발표했다.

청년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동아일보와 민관 합동의 ‘빅데이터 국가전략 포럼’이 3개월에 걸쳐 ‘청년일자리’ 자료를 정밀 분석한 배경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 패널인 20대 8310명이 대상이었다.

이들의 직업이 2007∼2010년에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 결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취업 사다리가 부실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대부분 대기업 등 대우가 더 좋은 곳에 들어가길 원했지만 8.7%만 성공했다. 직장을 다니다 학생으로 되돌아간 이른바 ‘도돌이족’ 역시 눈에 띄게 많았다. 대기업에 다니던 청년의 34.0%,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의 36.3%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분석은 동일 집단의 구성원이 취업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계속 따라가며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정 시점에 성격이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파악하는 취업률이나 실업률 통계와는 차가 크다.

분석팀의 결론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저성장이 계속되고, 경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일자리는 늘어나기 힘들다. 파이 하나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년들은 학교로 회귀한다. 도전일까, 모험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김정현 씨(29). 회사를 6월에 그만뒀다. 사표를 쓰기 직전 월급명세서엔 340만 원이 찍혔다. 친구는 “직장 2년 차에 이 정도 받으면 영혼도 팔 수 있겠다. 한턱 쏘라”며 부러워했다. 김 씨의 생각은 달랐다. “최고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 따끈따끈한 토익 만점 성적표가 서랍 속에 있는데…. 난 이것보다 더 받을 자격이 있는데….”

인력이 차고 넘치는 현실. 그는 ‘가방끈’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지금 유학을 준비한다. 미련은 없다. 밝은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를 포함해 수많은 청년이 새 길에 들어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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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청년 일자리#일자리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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