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수분 급속건조… 쓰레기서 자원 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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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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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

“세상에 쓸모없는 게 어디 있습니까. 기술만 있으면 다 재활용할 수 있죠.”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돼지 분뇨…. 생각만으로도 악취가 느껴지는 폐기물에서 자원을 찾는 사람이 있다. 환경에너지업체 엔바이오컨스의 성일종 대표(51·사진)다.

성 대표는 1999년 엔바이오컨스를 세웠다. 이 회사가 가진 핵심 기술은 ‘급속 건조’다. 젖은 폐기물의 수분을 단시간에 빼 바싹 말리는 기술이다.

“하수 처리를 하고 남는 찌꺼기를 예전엔 그냥 바다에 버렸거든요. 얼마나 해양 오염이 되겠어요. 찌꺼기를 바싹 말리면 석탄과 함께 땔 수 있는 연료가 됩니다.”

음식물쓰레기는 말린 뒤 영양분을 보충해 가축 사료로 만든다. 중금속이 함유된 광산 폐수는 전기분해를 통해 금속성 물질을 가라앉혀 깨끗하게 만든다. 가라앉은 금속성 물질은 따로 모아 재활용한다.

창업 전 건설회사에서 10년간 일했던 성 대표는 폐기물 처리를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기술을 개발한다면 상당히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자 기술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 음식은 발효식품이 많아 냄새가 심하고 염분이 많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려면 외국과 다른 기술이 필요했다. 4계절이 뚜렷한 탓에 계절이 단순한 다른 국가보다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환경 기술은 개발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술이 자연에 해를 끼치는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은 외면받았다. 이름 없는 국내 업체보다는 외국 업체가 낫다는 이유였다. 성 대표는 승부를 걸었다. 집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80억 원을 더 투자해 기술 검증에 나섰다.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노숙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기술은 성공적으로 검증됐고 그때부터 사업을 따내기 시작했다.

그는 “급속 건조 기술이 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성 대표는 젖은 석탄을 말리는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수분이 있어 발열량이 낮은 저급탄을 싼값에 사서 건조시키면 발열량이 높은 고급탄으로 바꿀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농가에서 처치 곤란인 가축 분뇨를 말려 연료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회사 로고에는 ‘For our next generation’(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이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성 대표는 “로고이자 사훈이죠. 다음 세대를 위해 자원을 아끼는 사업을 한다는 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엔바이오컨스#성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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