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제조업 끌고 서비스가 밀고… 일자리 1위 스위스 더블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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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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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0개국 일자리 창출 경쟁력 평가

시계, 은행 그리고 관광. 이 3개 산업은 스위스의 상징인 동시에 이 나라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다. 세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1등 상품, 1등 서비스로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며 투자를 확대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상적 ‘선순환 구조’가 스위스 산업시스템의 강점이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바탕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권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스위스가 세계 최고의 일자리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꼽혔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뒷걸음질치는 경제, 경직된 노사관계로 일자리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스위스 독일, 일자리경쟁력 최강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20개국을 대상으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조사한 청년일자리 창출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스위스는 ‘정부규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순이었다.

스위스는 직종 간, 대·중소기업 간 차별의 정도를 평가하는 사회문화 인프라(4.33점)와 직업교육 경쟁력(4.33점)에서 1위에 올랐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3.97점으로 2위로 평가됐다. 독일은 산업 경쟁력(4.20점)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직업교육(3.86점)과 고용안정성 등을 나타내는 고용구조(3.63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스위스는 제조업 중 정밀기계 전자기계와 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UBS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천혜의 자연조건을 기초로 한 관광업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인구가 적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만 있으면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스위스 정부자금을 활용한 창업지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모여든 인재들은 다시 이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스위스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종합평가 2위를 차지한 독일은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 경쟁력과 함께 2002∼2005년 실시된 노동시장 개혁정책인 ‘하르츠(Hartz) 개혁’의 성공이 일자리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정형우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과장은 “독일 정부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임시직 고용규제를 풀어 고용구조를 유연하게 만들었고 취업알선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였다”면서 “그 결과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실업률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독일 등 두 나라는 직업학교 학생이 학교와 직장을 동시에 다니며 기술을 익히는 ‘듀얼 시스템(Dual system)’을 적극 활용해 고숙련 기능인력을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극대화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OECD에 따르면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는 고등학생의 비율은 스위스가 64%, 독일이 59%였지만 한국은 28%에 불과했다.

○ 미국 일본은 갈수록 경쟁력 약화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이끈 미국(15위) 일본(13위) 영국(12위) 등은 이번 평가에서 중간 순위에 머물렀다. 탄탄한 제조업과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업 경쟁력을 갖췄지만 거듭되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2000∼2007년 제조업 고용인구가 연평균 3%씩 감소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 넘게 제조업에서 없어진 일자리를 서비스업이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전체 고용인구(농업 제외)는 연평균 0.6%씩 감소하고 있다.

영국은 니트족(NEET·직장도 없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안 받는 실업자)을 포함한 청년체감실업률이 지난해 33%나 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제조업 쇠퇴를 금융산업 중심의 서비스업으로 일부 보완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불황에 빠지며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산업구조경쟁력에서 영국은 한국(3.01점·11위)보다 낮은 12위(2.86점)에 머물렀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두 차례나 겪으며 일자리 경쟁력이 약화됐다. 프리터(15∼34세 가운데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계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도 직업교육 경쟁력(1.72점)이 20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소재산업을 중심으로 한 높은 산업구조 경쟁력(3.76점·3위)이 일본의 일자리 경쟁력을 그나마 중간 수준에 머물게 했다.

○ 일자리경쟁력 상실한 남유럽 재정위기국들

이번 평가에서 프랑스와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가 일자리 경쟁력에서 한국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는 평가항목 5개 모두 15위 이하의 낮은 성적을 받았고 특히 고용구조 경쟁력(2.07점)은 1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연금개혁 △주35시간제 완화 △25세 이하 청년을 채용할 때 첫 2년간 자유로운 해고를 허용하는 최초고용계약(CPE)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프랑스는 월평균 최저임금이 1398유로(약 201만 원)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지만 우수한 인재는 세금 부담과 규제가 덜한 곳으로, 저임금 노동자는 일자리가 풍부한 곳으로 떠나는 실정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올 3월 영국 런던에만 40세 미만의 프랑스 청년 약 30만 명이 살고 있는 사례를 들며 “프랑스 내 각종 규제 때문에 런던이 프랑스의 여섯 번째 큰 도시가 됐다”고 비꼬았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후진적 노동시장 구조가 맞물려 일자리 경쟁력을 상실한 국가로 꼽혔다. 특히 그리스는 청년체감실업률이 63%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는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단기간에 고용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일자리#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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