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래다]성장동력 찾아 해외로… 新기술로 세계인의 마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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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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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미래개척 움직임

한국은 지난해 말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경제개발 50년 만에 이룬 기적같은 성과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많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외시장개척이라는 새 돌파구로 헤쳐가고 있다. 동아일보 DB
한국은 지난해 말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경제개발 50년 만에 이룬 기적같은 성과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많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외시장개척이라는 새 돌파구로 헤쳐가고 있다. 동아일보 DB
《세계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신흥 성장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는 수출을 통해 국부(國富)를 증진시키는 기업이 있다. 이런 회사를 신흥국의 글로벌 기업이라는 뜻에서 ‘EMGC(Emerging Global Company)’라 부른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EMGC는 성장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며 경쟁을 통해 경제효율을 높인다”면서 “EMGC의 경쟁력 변화는 자국 내 다른 기업으로 확산돼 국가의 전체적인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린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로 불렸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신흥국의 EMGC처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가내수공업 규모의 회사를 다국적 대기업으로 변신시킨 ‘한국판 EMGC’들 덕분에 가능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이들의 성공 DNA는 다른 기업들로 이식돼 또 다른 성공을 낳았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 말 세계에서 9번째로 수출입을 합산해 연간 교역구모 1조 달러를 넘겼다. 1964년에 수출 1억 달러를 넘어서고, 경제개발 50년 만에 1조 달러에 도달한 것이다.

○ 기업 하기 힘든 대한민국

그러나 한때 한국의 EMGC로 국격을 높이는 데 앞장섰던 기업들에 지금의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서 3월에 세계 160개 국가 및 자치도시를 대상으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곳’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29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7위), 싱가포르(9위), 중국(19위)이 비교적 상위권에 들었다. 중국은 정부가 국부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에 비상식적인 규제를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은 이보다도 못한 셈이다.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기업 정착 비용이 상위 50개국 중 가장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업 정착 비용에는 사업 초기비용과 사업을 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각종 정부 규제가 들어간다.

실제로 ‘기업 프렌들리(friendly)’를 외쳤던 현 정부 들어 꾸준히 감소했던 규제는 올해 상반기(1∼6월)에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 아래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상반기 38개 정부기관이 새로 만든 규제는 221건이었지만, 폐지한 규제는 40건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경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잇따라 재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논의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새로운 성장동력, 해외로 해외로

한진해운 직원들이 전남 광양콘테이너 터미널에서 미주 노선 선박에 수출 컨테이너를 가득 실고 부산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불을 밝힌 채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한진해운 직원들이 전남 광양콘테이너 터미널에서 미주 노선 선박에 수출 컨테이너를 가득 실고 부산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불을 밝힌 채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의 경영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기보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해외로 진출해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극대화해 8년 뒤인 2020년에 매출 4000억 달러(약 448조 원)를 이뤄 전자업계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글로벌 톱 10 기업 안에 진입한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세웠다. 의료기기 사업처럼 아직 미래가 불투명한 분야도 2020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연매출 10조 원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삼성SDI는 소형 2차전지 분야에서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 등 2∼4위 업체를 훨씬 앞서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전반을 주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은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창사 이후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데 만족하지 않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도 진출했다.

내수사업 비중이 커서 수출 기여도가 적다는 평가도 있었던 SK텔레콤은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세계에서 22번째로 LTE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세계 3번째로 LTE 가입자를 많이 유치한 회사(500만 명)가 됐다. SK텔레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LTE 통신망 관리 기술을 해외에 적극 수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의료에 통신기술을 결합한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SPC그룹은 올해 ‘2020 글로벌 전략’을 내걸었다. 2020년까지 후발주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의 제과제빵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20개 나라에 1000개의 매장을 만들어 해외 매출만 7000억원을 올리고, 2020년까지는 매장 수를 60개국 3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 열풍을 업고 2020년에 세계 7대 화장품 회사 안에 든다는 비전을 정했다. 2020년까지 해외에서만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5조 원을 벌 계획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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