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놓고… 부동산 투자… 바람 난 보험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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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에 새 수익 찾아 ‘외도’

대한생명은 8월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법률회사 에버셰즈 본사 건물을 2500억 원에 사들였다. 지상 8층, 연면적 1만7200m²(약 5200평)인 이 빌딩의 연간 임대료는 150억 원으로 투자수익률은 연 6% 수준이다. 이 빌딩 투자는 대한생명의 자산운용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대한생명은 자산 51조 원을 주로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해왔다.

삼성생명은 7월 국민은행과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경기 동두천 LNG 화력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의 총 투자금액은 1조2600억 원이며 삼성생명은 대출금 형식으로 1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우이∼신설 경전철 사업과 제2영동고속도로 사업에도 돈을 빌려주기로 하고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주요 보험회사들이 새로운 투자 대상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풍속도이다. 보험료를 받아 굴리는 돈의 수익률이 가입자들에게 제시한 공시이율을 밑돌면서 역마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의 2분기(4∼6월) 누계 운용자산 이익률은 4.3%인 데 비해 이 기간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평균은 4.93%였다. 보험료로 받은 100만 원을 굴려서 얻은 이익은 4만3000원이지만 고객에게는 4만9300원을 주기로 해 6300원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SOC)과 해외 부동산이 보험사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교적 원금 손실 위험이 낮으면서 국공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7% 수준인 반면 SOC 등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면 연 5%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때로는 투자자로 나서기도 하고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배당수익과 이자소득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전략이다.

미래에셋생명은 6월 74억 원의 자금으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 지분 0.38%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SOC에 간접 투자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서울지하철 9호선, 인천대교 등 14개 SOC 사업에 투자한 SOC 펀드 운용사다. 최근 대한생명도 1000억 원을 들여 맥쿼리인프라 지분 5.89%를 사들였다.

손해보험사들도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동두천 LNG 화력발전소 사업에 500억 원을 대출했다. 대출 금리는 연 5%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부산 신항만에 193억 원, 최근 공사가 완료된 정읍하수관거㈜에도 10억 원을 투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돈을 굴릴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돈을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SOC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거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보험사#투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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