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고졸신화 신한銀의 ‘가방끈 차별’ 배신감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저학력 이유로 대출거절 3년동안 1만4128건이나

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신한은행이 대출을 할 때 고졸 출신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 같은 신용평가모형을 대출 심사 때 적용하겠다며 금융감독원에 승인 신청을 한 시점은 2008년 4월이다. 이때 신한은행의 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이끌던 이는 선린상고 출신인 라응찬 회장이었다.

당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는 고졸 출신 사장이 많았다. 신한카드 이재우 사장, 신한캐피탈 한도희 사장, 제주은행 윤광림 행장, 신한신용정보 이판암 사장 등은 모두 신한은행에서 승승장구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고졸 출신 라 회장이 은행장과 지주회사 회장으로 장수하면서 신한은행에는 ‘가방끈’ 길이를 중시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형성됐다. 인사도 철저히 실적 위주로 했다. 본점의 기획 및 인사부서, 비서실 출신들이 출세하던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신한은행은 일선 지점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둔 직원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경북 상주 출신 라 회장이 전북 군산 출신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중용한 것도 그의 뛰어난 실적을 높기 샀기 때문이었다. 신 전 사장은 지점장 시절 전국 영업점 업적 평가대회에서 신한대상을 2차례나 수상했다.

후발 주자인 신한은행이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원동력 중 하나는 학연이나 지연 대신 실적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이 확립돼 있었기 때문으로 금융계에서는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졸 신화의 주역들이 주요 포스트에 있는 점을 은행의 이미지 제고에도 적극 활용했다. 은행 금리나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누구나 보상받을 수 있는 신한은행의 조직 문화에 호감을 느껴 단골 고객이 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23일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보고서에 드러난 신한은행의 ‘민낯’은 창구 바깥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고졸 직원들’에게는 공평한 기회를 줬을지 모르지만 ‘고졸 고객들’에게는 공평한 대우를 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2008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3년간 신한은행이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거절한 횟수는 1만4128건에 달한다. 전체 신용대출 거절 건수의 31.9%다. 이 기간에 고졸 고객들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해 챙긴 돈이 17억 원에 달한다.

고졸 고객들에게 금리 차별을 한 당사자가 겉으로는 ‘고졸 신화’를 앞세웠던 신한은행이기 때문에 느끼는 배신감이 몇 배나 큰 것 같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신한#고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