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싼 시간에 세탁기가 알아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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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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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 체험’ 제주 푸른바다펜션 가보니


20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푸른바다펜션 앞에서 윤효정 LG전자 주임연구원(왼쪽)과 김형찬 LG유플러스 대리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그리드 체험관의 전기요금을 확인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20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푸른바다펜션 앞에서 윤효정 LG전자 주임연구원(왼쪽)과 김형찬 LG유플러스 대리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그리드 체험관의 전기요금을 확인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가상으로 전기요금 단가를 한번 높여보겠습니다. 기기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세요.”

20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푸른바다펜션 101호. 김형찬 LG유플러스 대리가 이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아이콘을 몇 개 누르자 거실 탁자에 놓인 공책 크기의 ‘스마트 서버’ 액정화면 속에서 현재 전력단가가 kWh당 50원에서 250원으로 뛰었다. 곧 거실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흐려지고 TV 옆의 스탠드 조명은 꺼졌다.

○ 가전제품이 스스로 사용량 조절


주방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는 3도가량 올라갔고, 성에방지 기능도 멈췄다. 세탁기도 예약 모드에 들어가면서 액정화면에 ‘세탁 추천시간’이 나타났다. 김 대리는 “이 가전제품들은 사전에 ‘절약 모드’로 설정해 놨기 때문에 이렇게 전기요금 단가에 따라 스스로 전력 소비량을 늘렸다 줄였다 한다”며 “전기요금이 비쌀 때도 사용자가 원하면 뜻대로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바다펜션은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주요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스마트그리드 체험 시설’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LG그룹은 2010년부터 제주시 구좌읍에서 약 400가구에 스마트 가전기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사용자들의 전기 소비 패턴이 어떤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전력 공급자와 가정 내 각종 전자기기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도입된 지역에서는 스마트계량기가 달린 가전제품들이 알아서 전기 사용량을 조절하고 에너지 저장장치가 값싼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가 모자랄 때 내보내 전력 수요를 관리한다.

○ 2016년에는 최대 125조 원 시장


제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식경제부는 2016년까지 이를 통해 화력발전소 2기(120만 kW)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현장에서만 3조 원 이상의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계절별, 시간대별로 요금제를 달리하는 등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공급이 불안정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조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도 쉬워진다. 실제로 푸른바다펜션에도 소형 풍력발전기와 태양광전지, 연료전지가 설치돼 펜션 단지에 필요한 전기 일부를 보충하고 있다. 발전소를 덜 짓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면 온실가스 배출도 그만큼 줄어든다.

센서, 배전 자동화, 정보통신기술, 지능형 가전제품, 계량 인프라 등을 담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자체도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경부는 2016년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를 61조∼125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 SK, KT 등의 대기업들이 일찌감치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연구개발 투자를 해오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는 지능형 가전기기를, LG화학이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하고 LG유플러스는 지능형 전력망 제어 서비스, LG CNS는 고성능 관제센터와 전기자동차 운영센터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LG그룹 측은 “스마트그리드를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삼고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제주 실증단지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스마트그리드 체험#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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