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우선협상자에 MBK… 유통업계 ‘빅뱅’ 수면 아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마트, 전자랜드 인수전 철수 가능성도 부각
가전 전문점 시장, 현재처럼 각개전투 구도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전을 계기로 한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당초 예상보다 소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유통업계는 양대 거인인 롯데와 신세계가 이 양판점들을 인수해서 ‘판’을 흔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이마트는 25일 최대 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 3대 주주인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이 지분 매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협상을 통해 주식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본보 25일자 A12면
하이마트, 국내 사모펀드에 팔린다


○ 가전 전문점 지각변동 적을 듯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인 MBK가 하이마트 지분 65.25%를 인수하는 데 제시한 금액은 약 1조2300억 원으로 알려졌다. 2007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할 때 가격(1조9500억 원)과 거의 비슷하다. MBK의 경쟁 상대인 롯데그룹은 “본입찰(20일)에서 쓴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조만간 하이마트 1∼3대 주주와 MBK가 본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물러나면서, 신세계(이마트)도 전자랜드를 인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실사를 마친 후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가 재고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회계가 부실하고, 가전 전문점의 시장 점유율이 7.4%에 그쳐 인수를 하더라도 제조사의 납품가격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구매력 급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IB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또 범삼성가에 속하는 이마트가 삼성전자와 가전 양판점 시장 및 가격 협상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향후 가전 전문점 시장은 하이마트, 삼성 디지털프라자, LG 베스트샵, 전자랜드와 대형마트들이 ‘할거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MBK가 하이마트 인수에 집중하는 점을 감안하면 29일 웅진코웨이 본계약에서 보수적인 가격을 적어낼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은 “참여 의지는 있으나 하이마트 때처럼 적정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GS리테일과 중국 가전유통업체 캉자(康佳)가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 하이마트, 경영에 큰 변화 없을 듯

하이마트는 한병희 대표 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5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하이마트 임직원들로부터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재무에만 관여하고 경영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한 대표는 1990년대 말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에서 분리될 때부터 하이마트를 키워 왔다. 하이마트는 한 대표 출범 이후 기존 12개 사업부를 세분해 4개 사업부, 20개 지사로 관리 체계를 바꿨다. 연내에 매장을 330개, 올해 매출을 3조5100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편 인수합병(M&A)에서 차입매수(LBO·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금융기법)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사모펀드가 하이마트 주인이 되면서 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2007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이 방식으로 인수한 후 차입금은 1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현재는 9000억 원 수준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