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총재 “선진국 중앙銀, 세계경제 부작용 고려않고 유동성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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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 대거 유입된 신흥국, 금융-실물경제 불안 가중”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각종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선진국의 통화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많은 돈을 시중에 풀었던 미국, 유럽 등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김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에 대해 선진국 입장과 유동성 유입 대상지인 신흥국 입장이 서로 다르다”며 “특히 신흥국은 과도한 자본 유출입이 자국의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고 금융시장 불안을 높여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재는 “통화정책이 만능이 아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대응 과정에서 선진국의 적극적 정책이 세계적인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를 감안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그는 12일 ‘케인시안(Keynesian)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거론하며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김 총재의 발언은 최근 수년간 막대한 외화 유출입이 반복돼 금융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신흥국의 목소리를 사실상 대변한 것이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영국, 일본 등이 경기회복을 위해 시중에 푼 돈은 5조 달러(약 58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돈은 시장의 일시적 충격이나 금융기관의 부도위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정작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차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금융시장 경색을 완화하는 역할은 했지만 민간대출 증가나 소비·투자 촉진 등 실물경제 개선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돈이 대거 유입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 이 밖에도 유동성의 과잉 공급은 △인플레이션과 구매력 감소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지구촌 선거의 해’를 맞아 각국 정치권이 경기부양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유독 큰 한국 금융시장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심한 출렁거림을 반복해 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중수#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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