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영업자]<下>자영업자 보호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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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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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법, 보증금 3억 이하만 보호… 현실 너무도 몰라”

신모 씨(39)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00만 원짜리 점포를 얻어 치킨집을 운영 중이다. “손해를 면할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만하면 다행이다”며 만족해하던 신 씨는 지난달 건물주인에게서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달 계약이 만료되면 임차료를 350만 원으로 올려 주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가게를 빼라”는 통보였다.

한꺼번에 17%(50만 원)나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가 부담이 됐던 그는 ‘상가임대료의 법정 인상률 상한선이 연 9%’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변호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부터 ‘보증금 3억 원 이하만 보호해주도록 돼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대상이 아니어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신 씨가 그동안 운영한 가게의 환산보증금이 3억5000만 원이었던 것. 신 씨는 “서울에서는 웬만한 변두리지역 점포의 보증금도 대부분 3억 원을 넘는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어떻게 서민을 보호해줄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하지 못한 보증금 기준과 깐깐한 적용 방식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 상가는 보증금(환산보증금 기준)이 △서울은 3억 원 이하 △인천과 기타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 원 이하 △광역시는 1억8000만 원 이하 △기타 지역은 1억5000만 원 이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금액이다. 법무법인 장백의 조명선 대표변호사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만 내도 환산보증금은 3억 원이 된다”며 “최근의 보증금과 임차료 시세를 고려하면 법의 보호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상권의 상가임차료는 적게는 30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이 넘어간다.

정부 차원의 충실한 자영업자 관련 통계자료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 예비 창업자가 스스로 상권과 입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임차료와 보증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세청에서 통계연보를 통해 연도별 개폐업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세분돼 있지는 않다. 그나마 예비 창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업종별 지역별 자영업자 수’ 통계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씨앤씨창업의 최영철 컨설팅 팀장은 “예비창업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정보를 갖지 않은 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상권과 업종에 대해 스스로 연구할수록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상가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도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권리금의 특성상 일부 악덕 부동산중개업자나 컨설팅업자,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등이 거래 단계에서 권리금에 거품을 얹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리기도 한다”며 “권리금을 입법으로 명문화하든지, 임차인이 개점 후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 갱신 기간을 늘리든지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자영업자#상가임대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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