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영업자]<中>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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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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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비 60%는 본사 몫… 실패는 100% 가맹점 탓”

지난해 경기 안산시 고잔신도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 창업을 준비 중이던 김모 씨(48)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보내준 투자예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총투자비 2억5500만 원 가운데 인테리어 설비, 간판 제작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지불할 비용만 1억4500만 원에 달한 것. 김 씨는 “본사에 낼 돈이 총투자비의 60%나 되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프랜차이즈 커피숍 창업 대신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에 몰리는 것은 이들의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를 빌리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과도한 초기 투자부담과 모집업체의 무성의한 사후관리로 문을 닫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적지 않다.

○ 프랜차이즈 가맹주는 본사의 ‘봉’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업 사업체 61만6500개 중 3만7899개(6.1%)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특히 예비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점이나 주점업의 경우 약 15%가 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다. 창업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국창업지원센터에는 매년 6000∼7000명의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창업 상담을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비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1억∼2억 원에 이르는 프랜차이즈 투자비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A’사의 경우 지점을 내려면 인테리어 비용 7500만 원, 간판 등 기반설비비 8000만 원, 교육비 및 가맹보증금 2000만 원 등 총 1억7500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인 ‘B’사는 간판 설치 등 기반설비비 9000만 원을 포함해 1억4000만 원을 초기비용으로 받는다. 여기에 2억∼3억 원에 이르는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고 나면 창업비용은 3억∼4억 원대로 치솟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는 정기적으로 매장의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리뉴얼’을 하는데, 그 비용도 고스란히 가맹주가 부담한다. 프랜차이즈는 매장 리뉴얼 시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에 시공을 맡겨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일도 빈번하다. 한국창업지원센터 이은호 팀장은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지정업체를 통해 가게 리뉴얼을 하면 공사비로 1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일반업체에 맡기면 3000만 원이면 충분해 가맹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 모집 땐 왕, 가맹주 되면 나 몰라라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주 모집에만 열을 올릴 뿐 가맹주에 대한 재교육이나 매장 관리 노하우 전수에는 소홀한 것도 문제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둔 최모 씨(44)는 지난해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50만 원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었지만 10개월 동안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극심한 영업 부진을 겪은 끝에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최 씨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본사의 유혹에 넘어가 덜컥 계약했다”며 “계약 이후 본사에서는 영업이 제대로 되는지 한 번도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가맹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가맹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2009년 357건에서 2010년 479건, 지난해 733건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지원센터의 박우식 가맹거래사는 “본사가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를 울리는 기획부동산과 불법창업 컨설팅 업체의 횡포도 소규모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는 “주인이 폐점을 하며 가게를 1억 원에 내놓으면 기획부동산이 중간에 끼어들어 1억3000만 원에 임차인을 모집하고 중간에서 3000만 원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컨설팅 업체가 용역비만 챙기고 계약 주선을 하지 않는 피해 사례도 많은 만큼 예비 창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자영업자#프랜차이즈#창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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